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며 한·미동맹에 대해 “군사안보를 넘어 기술·경제 전반으로 진화한 미래형 포괄적 경제동맹으로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미를 통해 반도체, 조선, 원자력, 에너지 등 핵심산업의 협력 기반이 강화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굳건한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는 평가도 내놨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 앞에는 한·미 간 세부 ‘숫자’를 명시할 후속 협상과 국내 현안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강 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번 정상외교의 성과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첨단산업에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 형성된 신뢰 관계”라며 “외교는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정상 간 신뢰는 양국 관계의 토대이자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강 실장은 와일스 실장과의 면담 과정을 설명하며 “4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며 “내내 무표정이던 와일스 실장에게 정상회담이 끝난 뒤 짧은 영어로 ‘고맙다’는 말을 건네자 처음 웃음을 보였다”고 전했다. ‘얼음공주’라는 별명처럼 냉정한 와일스 실장과 의미 있는 소통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협상이 빨리 진행되는 게 유리하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며 “전술적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명문화 형식이 갖춰질 가능성이 크고, 여러 복합적 요인에 기인해 시간이 걸린다”며 후속 협상 방향을 설명했다. 강 실장은 “이제 협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됐다”며 “미국이 언제든 추가 요구를 제기할 수 있는 만큼 우리도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명패와 오찬 메뉴판, 기념품에 직접 서명한 선물들도 공개됐다. 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참석자들의 음식 메뉴판에 대해 ‘손으로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면서 “참모들이 기념품으로 고른 빨간색 마가(MAGA) 모자 등 40~50번에 달하는 서명을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정성을 들이고 있고, 미국의 따뜻한 아저씨 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또 회담 과정에서 한국 기자들이 주도권을 갖고 질문한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도 덧붙였다.
구체적인 협상안을 둘러싼 후속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한·미 양국이 합의한 대규모 투자안의 세부 이행 방식과 항목을 두고 추가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참모진과 함께 산적한 국내 현안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제출되는 본예산이 정기국회에서 원활히 통과되도록 정치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성과를 국내 정책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여야 협력이 중요한 만큼 장동혁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와의 만남도 추진 중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공항 도착 직후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장 대표를 포함한 여야 지도부 회동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윤예솔 이동환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