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은 통상 ‘접근-기망-편취’로 이어지는 범행의 단계별 접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휴대전화에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를 유도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휴대전화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보이스피싱 범죄 특성을 감안한 조치다. 최근 급증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보이스피싱을 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그간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실제 이용 중지 조치까지 평균 2~3일이 걸렸지만 앞으로는 10분 이내에 통신망 접속이 차단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에 범죄 이용 전화번호가 신고 접수되면 임시로 ‘긴급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24시간 내에 정식으로 이용을 차단할 방침이다.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대포폰’ 개통 및 유통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 가입 시 본인 확인 절차도 강화된다. 외국인 여권으로는 기존 2회선에서 1회선만 개통할 수 있고, 안면인식 기술을 통해 신분증과 실제 얼굴이 동일한지 추가로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를 국내에서 발신된 것처럼 번호를 바꿔주는 사설 중계기의 제조·유통·사용도 금지했다.
휴대전화 불법 개통에 대한 이동통신사의 관리 책임도 대폭 강화된다. 이통사는 특정 대리점·판매점에서 외국인 가입자 급증 등의 휴대전화 개통 관련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바로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통사의 관리의무 소홀로 휴대전화 불법 개통이 다수 발생하면 정부는 해당 이통사에 대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불법 개통을 묵인한 대리점·판매점에 대해선 이통사가 위탁계약을 의무 해지토록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3중’ 차단체계도 구축된다. 대량문자 전송 서비스 사업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악성문자 탐지·차단 시스템을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이통사는 문자에 포함된 URL 접속을 막거나 전화번호 위변조 여부를 확인해 수신을 차단한다. 개별 휴대전화의 악성 앱 설치 자동방지 기능으로도 차단된다.
휴대전화 제조사와 이통사는 정부가 제공한 보이스피싱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의심 통화 시 이용자에게 자동으로 경고해주는 기능을 개발해 적용할 방침이다. 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이 기본 장착된 단말기를 고급형뿐 아니라 중저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최근 10년간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하지만 환급액은 28%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신청 내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는 37만243건, 피해 금액은 2조82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융회사가 지급정지를 통해 실제 환급한 금액은 7935억원이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