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대회’(전승절)에 참석한다. 다자 외교무대 데뷔이자 6년8개월 만의 방중이다. 전승절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해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북·중·러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28일 전승절 준비 상황 브리핑에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26명의 외국 국가원수 및 정부 수뇌가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며 김 위원장을 포함한 참석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어 “중국과 조선(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이라며 “우리는 김정은 총서기(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은 북한이 북·중 관계 개선에 힘을 싣기 위해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집권 후 다자 외교무대에 나온 적이 없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마지막 만남은 2019년 6월이었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물살을 타면서 ‘전쟁 특수’가 끝나가고 있다. 러시아만으로 채울 수 없는 경제 효과, 근로자 파견 등을 위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타진하는 상황이다.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행사(10월 10일)와 내년에 열릴 노동당 9차 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원조를 바라는 기류도 읽힌다.
중국 역시 북한과 경제협력 모색에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제 분야 전문가 수십명이 평양을 찾는 등 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질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중·러와 입장을 조율하는 차원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전 시 주석을 먼저 만났고,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전에도 시 주석을 만났다.
북·중·러 정상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면서 반미 연대의 세 과시를 연출할 수 있고, 3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핵보유국 인정을 요구하며 정상국가 이미지 구축을 꾀하는 북한으로선 국제적 위상을 제고할 기회기도 하다.
중국은 우리 정부에 북한 전승절 초청 사실을 외교라인을 통해 사전 통보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은 관계기관을 통해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김 위원장의 전승절 행사 참석과 관련해 한·중 간 소통을 지속해 왔다”며 “북·중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예슬 박준상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