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or 보기] ‘글로벌 스탠더드’ 코스 세팅이 답이다

입력 2025-08-30 00:18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처서가 지났지만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KLPGA투어는 7월 중순 2주간의 짧은 휴식기 이후 매주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무더위 속 라운드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에너지 소모가 커 경기력에 악영향을 준다. 그런데 혹서기에 열린 KLPGA투어 4개 대회는 정반대 양상이었다. 우승 스코어가 예상보다 월등히 높았다.

올해 신설된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배소현(31·메디힐)의 우승 스코어는 19언더파였다. 제주 사이프러스 골프앤리조트에서 하반기 첫 대회로 열린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고지원(21·삼천리)은 21언더파를 기록했다.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홍정민(23·CJ)은 전인미답의 29언더파로 시즌 2승째를 거뒀다. KLPGA투어 72홀 최소타&최다 언더파 신기록이다. 지난 26일 끝난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 김민솔(19·두산건설)은 마지막 18번 홀(파5) 극적인 이글을 앞세워 19언더파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코스 세팅을 꼽는다. 혹서기에 열린 KLPGA투어 4개 대회 평균 전장은 6592야드였다. 같은 기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4개 대회 평균 전장은 6609야드로 불과 17야드 차이다.

반면 평균 우승 스코어는 KLPGA가 22언더, LPGA가 17.75언더로 4타 이상 차이가 났다. KLPGA투어 우승 스코어가 4.25언더 높다. 물론 코스 난도는 길이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린 스피드와 경도, 페어웨이 폭과 러프 길이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결정된다.

LPGA투어가 KLPGA투어보다 코스가 어렵게 세팅되는 건 객관적 사실이다. 여기에 KLPGA가 애초 발표한 코스 제원과 대회 기간 제원이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4개 대회 모두 대부분 파5홀이 투온이 가능하거나 심지어 미들 아이언으로도 투온이 가능했다. 또 상당수 파4홀이 롱 아이언보다 쇼트 아이언이나 웨지샷으로 두 번째 샷을 할 정도였다.

14개의 클럽을 고루 사용해야 하는 코스 세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변별력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다. KLPGA는 코스 세팅은 스폰서와 클럽 측 의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출전 선수가 많으면 경기 진행 시간 때문에 난도를 높이기 어렵다. 특히 혹서기 코스 세팅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택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올해 세계 여자골프 무대에서 일본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반면 한국 여자골프의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를 변별력 없는 코스 세팅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해 KLPGA투어를 평정하고 올해부터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윤이나(22·솔레어)는 부진 원인을 묻자 “LPGA투어 코스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메이저대회인 AIG여자오픈에 출전해 컷 탈락의 쓴맛을 보고 돌아온 이동은(20·SBI저축은행)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확인한 좋은 경험이었다. 더욱 노력하겠다”고 출전 소감을 밝힌 바 있다.

두 선수의 발언에서 공통으로 읽히는 키워드는 ‘KLPGA투어의 코스 세팅 업그레이드’다. 우물 안 개구리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 안에서부터 부단한 학습과 훈련이 선행돼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 코스 세팅 정착이 그 시작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