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과 도시락을 싸서 매일 왔어요. 형편이 넉넉지 않아 책을 사주기 어려웠거든요. 거의 인생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지난 27일 경기도 수원 팔달구 신풍동 선경도서관에서 만난 고영자(61)씨는 30년째 이곳을 찾고 있는 ‘단골손님’이다. 그와 선경도서관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아이들과 수원화성을 산책하다 화장실을 갈 겸 방문한 고급스런 건물이 도서관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두 아이와 함께 매일 도서관을 찾았다. 아이 둘은 어엿한 직장인으로 자랐고, 고씨 본인도 도서관에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누적 이용객 2100만명, 연간 이용객 23만여명에 달하는 선경도서관은 1995년 만들어졌다. 수원 향토기업인 선경그룹(현 SK그룹)이 1989년 법원이 있었던 팔달산 자락의 부지를 매입해 1991년 수원시에 기증하고, 지상 3층 규모의 신식 건물을 지었다. 당시 250억원 규모의 거액이 투자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배였던 유조선 ‘시와이즈 자이언트’를 인수할 수 있었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선경그룹이 최첨단 도서관을 만든 배경엔 SK그룹을 만든 고(故) 최종건 SK 창업회장과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 육성’ 철학이 자리했다고 한다. 최 창업회장은 선경직물(현재 SK네트웍스)을 창업할 당시 “기업의 목표는 더불어 사는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라고 선언할 정도로 ‘사람’을 중시했다. 그는 직접 직원들에게 밤늦도록 한글을 가르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기조는 동생인 최종현 선대회장으로 이어졌다. 최 선대회장은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이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SK가 1973년부터 50년 동안 ‘장학퀴즈’를 후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경도서관은 최 선대회장이 최 창업회장의 뜻을 기려 도서관 건립에 나서면서 이뤄지게 됐다.
SK그룹은 선대 회장의 뜻을 이어 30주년을 맞은 선경도서관에 25억원을 기부한다. 도서관은 출연금으로 노후 시설을 개·보수하고 시민의 복합 문화공간으로 변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