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당시 고위공직자 검증을 맡았던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김상민 전 검사의 국가정보원 법률특보 임명에 대해 ‘부담’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은 이를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를 입증할 정황 증거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정보관리단은 지난해 8월 김 전 검사가 국정원 법률특보로 임명되기 전 대통령실의 인사검증 요청에 ‘부담’ 의견을 제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검증 결과는 ‘문제없음-다소부담-부담-문제있음-부적격’ 중 하나로 대통령실에 통보된다. ‘부담’ 이상의 부정적 검증 결과를 받은 인물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법무부·국정원 관계자들은 당시 인사정보관리단이 김 전 검사의 국정원 법률특보 임명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 사정 당국 관계자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 ‘다소 부담’ 정도이고 ‘부담’으로 회신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이 김 전 검사의 인사검증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구체적인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 전 검사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특검 조사에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김 전 검사의 당선을 도우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명씨 측은 “김상민 검사가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고생 많이 했다.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해 달라”고 말했다는 복기록도 공개했다. 김 전 검사는 창원의창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결국 컷오프됐다.
김 여사는 지난 18일 2차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주변에는 특출난 여러 검사들이 있었기에 김 전 검사가 특별히 눈에 띄거나 그러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김 전 검사가 특수관계라는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그러나 김 전 검사가 국정원 법률특보로 임명되자 당시 국정원과 대검·법무부 등에서는 “위인설관(爲人設官·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는 뜻)”이라거나 “전례 없는 일”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공천에 탈락하자 윤 전 대통령이 무리하게 자리를 주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창 박재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