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부터 논문까지 “안 쓰면 손해”… 깊어지는 AI의존증

입력 2025-08-28 18:55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논문이나 과제를 작성하는 일은 이미 ‘뉴 노멀’로 자리잡았다. ‘무료 AI로 과제하고 A+ 학점 받자’는 홍보 문구가 성행하는가 하면, 대학교에서도 AI를 활용한 논문 작성법을 알려주는 특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스스로 사유하는 과정을 뛰어넘어 AI에 대필을 맡기거나, 결과값을 그대로 베끼는 등의 행태가 굳어지면 학생들의 사고력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생 이모(24)씨는 1년째 챗GPT를 유료 구독하며 과제와 보고서 작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제 시작 전 ‘브레인스토밍’ 단계부터 자료 수집과 첨삭까지 모두 챗GPT와 함께 한다. 이씨는 “또래 친구들 10명 중 7명가량은 챗GPT나 퍼플렉시티 등 생성형 AI를 이용한다”며 “오히려 ‘안 쓰면 손해’라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 많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아예 과제를 돕는 데 중점을 둔 AI 서비스도 출시됐다. 생성형 AI 플랫폼 ‘뤼튼’의 경우 레포트와 독후감, 발표 대본 작성 등의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용자가 글의 ‘기-승-전-결’ 구조만 잡으면 AI가 최대 15분에 걸쳐 초안을 만들어낸다. 실제 시장분석플랫폼 와이즈앱·리테일이 올해 상반기 주요 AI 챗봇 앱 사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20대는 챗GPT보다 뤼튼을 더 오랜 시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을 작성하는 법을 가르친다. 한국교원대는 지난 5월 교직원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한 석박사 학위논문 및 레포트 작성 교육’을 실시했다. 이화여대와 충북대, 인천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특강 형식으로 ‘AI 논문 작성 수업’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교육 현장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AI 활용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고 인정한다. 다만 이와 별개로, 인간 고유의 사고력을 발휘하는 순간도 꼭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인문학처럼 자신만의 관점에서 현상을 분석하고, 스스로 글을 쓰는 연습이 중요한 영역이 분명 있다”며 “그런 부분에서까지 AI를 과도하게 쓴다면 개인의 사고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학 현장에서도 기말시험으로 레포트를 제출하는 대신 현장에서 직접 작문을 시키는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AI를 잘 쓸 수 있는 역량도 결국에는 기존 교육에서 강조하는, ‘스스로’ 사고하고 말하며 글쓰는 과정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