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고소·시위 이어가는 노조

입력 2025-08-29 01:20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하청 및 자회사 노조들의 원청 업체를 상대로 한 고소 및 집회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6개월 유예기간을 거친 뒤 내년 초 시행되지만 기업에 대한 노조 압박은 사실상 시작됐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하청 노조의 원청업체 교섭도 허용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파업 도미노를 부를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현대제철 하도급 노조는 노란봉투법 통과 사흘 만인 지난 27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현대제철 경영진을 검찰에 고소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원청 대상의 첫 고소다. 노조는 “현대제철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특히 정 회장 고소에 대해 “현대차그룹 총수로 수차례 현대제철의 위법행위를 지휘했다”고 주장했다. 원청업체를 넘어 그룹사 대표도 노란봉투법상의 교섭 대상인 ‘실질적 사용자’로 여긴 것이다.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노조도 이날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직접 교섭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SK하이닉스와 롯데쇼핑·신세계 등 유통업체들도 협력사 직원들의 해고 문제를 직접 해결하라는 하청 노조의 요구를 맞닥뜨리고 있다. 지금도 이런 판인데 막상 법이 시행되면 노사 현장에서 어떤 혼란이 벌어질지 불을 보듯 뻔하다. 조선·자동차 등 하청 업체가 많은 곳은 지금 초비상이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게 한 일등공신은 기업이었다. 협상 고비마다 대폭적 투자를 약속해 정부에 힘이 돼줬다. 특히 가장 역할이 컸던 게 노란봉투법의 직격탄을 맞을 자동차·조선 업체란 점은 역설적이다. 밖에선 기업 덕을 보며 성과를 자랑하기 바쁜 정부가 국내에선 일등공신을 몰아붙이는 모순을 언제까지 벌일 건가. 여권에선 “법을 시행한 뒤 문제 있으면 고치자”고 하지만 지나치게 안이한 처사다. 속히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마침 국민의힘이 어제 노란봉투법을 논의할 ‘여야 노사정 대타협 공동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여당이 이를 받아들여 산업 현장의 안정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