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너지전환 새 길… 코레일이 앞장서서 달린다

입력 2025-09-01 00:29
지난 5월 코레일 대전사옥에서 진행된 ‘친환경 수소전기동차 실증사업’ 착수보고회. 코레일을 비롯한 6개 기관은 2027년 12월까지 수소열차의 차량 제작·설계, 성능검증 등의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코레일 제공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RE100’ 정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친환경’이 모든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RE100을 통해 철도를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의 열쇠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열차로 승객 1명을 1㎞ 수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일반 승용차의 6분의1에 불과하다. RE100 사업의 최전선에 철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RE100 추진단으로 친환경·에너지 개혁

현재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항공을 줄이고 철도 이용을 늘리는 정책을 장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항공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국내선 항공편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을 정도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따라 코레일도 철도의 친환경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RE100 추진단’을 출범하며 코레일형 에너지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철도가 보유한 친환경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친환경에너지 경영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코레일 RE100 추진단은 환경 및 에너지 분야 조직·인력을 하나로 통합한 곳이다. 철도를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이행하고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추진단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미래발전’ ‘환경운영’ ‘지원’ 등 5개 세부 분과로 구성됐다. 탄소중립 분과는 에너지·기후 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세부계획을 세우는 역할을 맡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와의 전기 직거래, 태양광 설비 임대 등 전력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여기에 포함된다. 에너지 시장의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만큼 관련 계획은 5년마다 새로 수립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분과는 철도망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운송 모델 개발, 태양광 발전 등 에너지 절감 관련 전략을 수립한다.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아이템을 발굴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기관 등 소규모 발전사와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산업의 확대에도 기여하게 된다. 특히 발전이 제한된 지역의 재생에너지를 철도망으로 운송하는 신개념 모델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발전 분과는 태양광발전, 수소전기동차(수소열차) 실증사업 등 철도인프라를 활용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한다. 철도부지를 태양광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로 활용하고 외부 협력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환경운영 분과는 대기·토양·수질 등 환경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 스마트 공기질 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역사 내 공기질 관리 등 체감형 환경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철도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구상이다.

수소열차 개발 등 선제적 대응

지난해 5월 국내 기술로 탄생한 KTX-청룡의 모습. 동력분산식 열차인 KTX-청룡은 기존 열차 대비 전력 소모량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효율적으로 동력관리가 가능한 친환경 열차다. 코레일 제공

코레일은 지난 5월 ‘친환경 수소전기동차 실증을 위한 연구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코레일을 비롯해 국가철도공단·한국교통대·우진산전 등 6개 기관이 참여한다. 2027년 12월까지 총 321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된다. 참여기관들은 차량 제작·설계, 성능검증, 수소 충전소 및 검수시설 구축, 관련 제도 개정 등의 과제를 수행하게 된다.

수소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수소열차는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차선이 없는 비전철 노선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다. 디젤열차와 비교하면 에너지 효율이 2배 이상 높을 뿐 아니라 탄소 배출도 없다. 최고 운행속도는 시속 150㎞이며 한번 충전하면 최대 6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2칸 1편성이며 교외선·경원선 등에 운영 중인 디젤기관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레일은 여기에 수소열차·수소버스를 충전할 수 있는 수소 충전시설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각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 말까지 충전소 부지를 최종 선정하기로 했다.

박채옥 코레일 철도연구원장은 “국내 철도기관과 함께 매연과 소음 걱정 없는 친환경 수소전기동차 개발을 주도하겠다”며 “비전철 구간의 노후 열차를 수소열차로 대체해 철도가 더욱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RE100 추진에 대한 코레일의 선제적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소비자가 제품의 친환경성을 평가해 선정하는 ‘소비자가 직접 뽑은 2025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경부선 KTX-청룡’이 선정된 것이다. 지난해 5월 국내 기술로 탄생한 KTX-청룡은 기존 열차 대비 전력 소모량이 대폭 줄었을 뿐 아니라 동력분산식으로 제작돼 보다 효율적으로 동력 관리가 가능한 열차다. 소비자들도 KTX-청룡의 친환경성과 안전성, 높은 에너지효율, 쾌적한 승차감 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직 내 환경 관련 활동 역시 친환경 기관으로의 전환에 보탬이 되고 있다. 코레일은 폐전자제품을 활용한 ESG 나눔활동 등 직원 참여 업사이클링 활동을 통해 지난해 환경부 장관표창을 수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는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 시설개량이 쉽지 않은 인프라 산업이라는 제약이 있다”면서도 “신재생에너지 시스템을 전폭적으로 도입하고 철도 인프라를 RE100 중심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생산지역과 전력 소비지역을 연결해 지역균형발전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