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정치인과 악수

입력 2025-08-29 00:40

밥 없이는 살아도 악수 없이는 못 산다는 게 정치인이다. 악수가 워낙 버릇돼 사람만 보면 반사적으로 손부터 나간다.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가 ‘방역을 위해 앞으로 악수를 하지 말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뒤 회견 마무리로 방역 책임자와 힘차게 악수를 나눠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시민들과의 악수를 좋아해 외부 일정 때 행사에 지각하기 일쑤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악수 인심이 좋아 손에 멍이 들 때가 많았고 붕대를 감고 다니곤 했다.

반면 악수에 인색한 경우도 있다. 지난 대선 때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TV토론 때 악수를 청했지만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거부했다. 2022년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거부해 구설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2017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요청을 거부했다가 호되게 비판받았다.

그런 옹졸한 장면이 우리 정치권에서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람하고만 악수한다”면서 국민의힘과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기념식 옆자리에 앉아서도 딴청만 피운다.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가 새로 취임했지만 정 대표 기준으로는 악수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듯하다.

정 대표는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고인 뜻을 받들어 ‘잘 하겠다’는 방명록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도 악수와 관련한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2003년 여수 방문 때 농산물시장 개방 반대 시위가 있었다. 시위가 격렬했고 경호팀도 말렸지만 노 전 대통령은 시위대로 다가가 농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시위대도 다 같은 국민이라는 이유에서다.

정 대표가 진짜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면 아무리 야당이 나쁘게 여겨지더라도 집권당 대표로서 모든 국민을 챙긴다는 자세로 먼저 다가가면 좋을 것이다. 여야 관계가 좋아야 국정이 잘 되고 나라도 평안해진다. 한번 해놓은 말이라 악수하기 꺼려지면 주먹 인사를 하거나 팔꿈치라도 건드려서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도 하라.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