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피쉬’와 ‘해리엇’… 배리어 프리 연극, 새 길 열다

입력 2025-08-30 00:14
‘배리어 프리’(Barrier-free·무장애)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장애물이나 심리적 장벽을 없애자는 운동이다. 문화예술계에서는 2015년 장애예술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하 장문원)이 설립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계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해 자막과 수어 통역(배우)을 무대에 올리며 장애인 접근성 강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2023년 개관한 장문원의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은 무장애 공연의 제작과 유통을 촉진하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두드러진 성과가 다음 달 12일 나란히 올라가는 연극 ‘젤리피쉬’와 ‘해리엇’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민간 제작사인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제작한 연극 ‘젤리피쉬’의 한 장면. 무장애 연극으로는 처음으로 국립극단의 우수 공연에 초청된 작품이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제공

9월 12일~21일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젤리피쉬’는 영국 극작가 벤 웨더릴이 2018년 발표한 희곡으로 민새롬이 연출을 맡았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민간 제작사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이 공동 제작했다. 국립극단은 민간 우수 연극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인 ‘2025 기획초청 Pick크닉’의 일환으로 이 작품을 초청했다.

지난해 쇼케이스를 거쳐 올해 5월 정식 초연된 ‘젤리피쉬’는 27살 다운증후군 여성 켈리가 비장애인 남자친구 닐과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으로서 당사자성을 반영해 켈리 역은 다운증후군 무용수 출신으로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특별공연에 출연했던 백지윤이 맡았다. 켈리와 친구가 되는 극 중 저신장장애인 도미닉 역으로는 배우 김범진이 출연한다.

이 작품은 국내 연극계에서 다뤄지지 않던 여성 장애인의 연애, 결혼, 임신을 소재로 했다. 초연 당시 비장애 중심인 한국 사회의 편견을 깨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장문원이 제작한 공연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초청된 것도, 국립극단의 외부 초청 프로그램에 무장애 연극이 선정된 것도 모두 이 작품이 처음이다.

강동아트센터가 초연하는 음악극 ‘해리엇’의 리허설 장면. 강동아트센터 제공

9월 12~13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초연되는 음악극 ‘해리엇’은 극작가이자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는 작가 한윤섭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바닷가 동물원에 들어온 어린 자바원숭이 찰리와 갈라파고스 거북 해리엇의 따뜻한 동행을 그린다.

이 작품은 무장애 연극 ‘합체’, 음악극 ‘푸른 나비의 숲’ 등에서 수어 통역을 연극적 언어로 전환해 접근성을 고려한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 김지원이 직접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그동안 김지원과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수어 번역가 이재란이 이번에도 대본을 수어로 옮겼다. 실력파 배우들과 함께 수어통역 배우들이 무대에 함께 선다.

이 작품은 장문원의 ‘2025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제작됐다. 장문원은 2022년부터 장애인 관객 개발과 문화예술 향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강동아트센터는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공연장 가운데 처음으로 접근성 높은 연극 제작에 나섰다.

장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