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사랑이 ‘위대한 개츠비’의 가치 증명했죠”

입력 2025-08-30 00:12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가 최근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했다. 브루니는 원작 소설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윤웅 기자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고전이라 사람마다 자신의 해석이 있습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넘버(노래)를 통해 캐릭터 하나하나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원작과 가장 큰 차이가 있죠.”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연출가 마크 브루니는 최근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미국 소설가 F.스콧 피츠제럴드의 원작과 차별되는 뮤지컬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브루니는 “뮤지컬이란 장르는 기본적으로 무대에서 희망을 보여주려는 특징이 있다. 이 작품도 개츠비가 끊임없이 희망을 좇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GS아트센터(~11월 9일까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브로드웨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리드 프로듀서를 맡아 지난해 4월 막을 올렸다. 이어 올해 4월 영국 런던, 8월 서울 공연으로 3개국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유례없는 사례가 됐다. 브루니는 “처음 시작할 땐 이 작품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사랑받을 줄 몰랐다. 조만간 다른 국가에서도 공연할 예정이다. 관객들이 국적에 상관없이 작품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 속 배경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재즈의 시대’로 불리는 1920년대다. 벌써 100년이나 된 작품이 지금 시대에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는 “계층 차이,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은 현대 관객에게도 여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뉴욕·런던·서울에서 동시 상연되는 작품의 대본이나 넘버는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덕션만의 특징이 있을까. 브루니는 “역할을 맡는 배우들에 따라 관객은 다른 경험을 한다. 여기에 하울랜드가 한국 프로덕션에 출연 중인 배우들에게 맞게 추가로 새롭게 편곡한 것이 특별하다”면서 “제작진이 뉴욕과 런던 무대를 거치면서 배운 것들을 서울에서 세부적인 부분까지 반영해 훨씬 화려하고 멋있는 프로덕션이 됐다”고 피력했다.

현재 GS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브루니는 1999년 뉴욕에서 연출가 생활을 시작했다.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의 조연출과 협력 연출 등을 거쳐 2014년 ‘뷰티풀: 더 캐롤 킹 뮤지컬’ 연출가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했다. 이 작품은 같은 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음향상을 받았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두 번째 브로드웨이 연출작이다. 그가 이번 작품에 합류한 배경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브루니는 “신춘수 대표와 10여 년 전 다른 프로젝트로 만난 적 있지만, 결과적으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신 대표로부터 먼저 작곡을 의뢰받은 제이슨 하울랜드가 창작진을 구성할 때 나를 추천해 합류하게 됐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무렵인 2021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창작진이 원하는 대로 지원해준 신 대표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되돌아봤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 2020년 작가와 작곡가의 작품 워크숍을 시작으로, 2021년 연출가 합류 등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4년이 채 안 되는 개발 기간은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이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는 “터보 속도라고 할 만큼 빨랐다. 당시 팬데믹으로 공연장이 문을 닫았을 때라 창작진이 작품 준비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면서 “또 개발과정에서 창작진이 다음 단계를 고민할 때 신 대표가 확실한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작업이 빨리 진행됐다”고 회상했다.

끝으로 어려운 질문을 브루니에게 던졌다. 일반 관객들의 좋은 반응과 달리 평단의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평단은 뮤지컬이 아메리칸 드림의 빛나는 표면 뒤에 숨겨진 허상과 공허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원작의 메시지가 화려한 무대 속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고 지적해왔다. 이는 미국과 영국 모두 마찬가지다.

그는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평단이 아니라 관객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며 “관객은 뮤지컬을 보러와서 극 중 다양한 인물에 몰입하고 화려한 무대를 보면서 지불한 티켓값이 무대 위에 존재한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것으로 우리 작품의 가치를 증명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원작소설도 출판 직후 바로 사랑을 받은 것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에게 배포돼 널리 읽히면서 크게 사랑받았다. 지금 우리가 겪는 것도 그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원작소설과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