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잃어버린 섬김의 수건

입력 2025-08-30 03:15

발은 우리 신체 부위에서 신경을 덜 쓰는 부위입니다. 얼굴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고 씻습니다. 그런데 발은 우리를 위해 참 수고를 많이 하는 데도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 발도 그렇다면 남의 발은 오죽하겠습니까.

유월절 저녁 식사를 하시던 도중 예수님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십니다. 걸치고 있던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십니다. 대야에 물을 담습니다. 허리를 구부려 제자들의 발을 한 사람 한 사람 씻겨주시고 닦아주십니다. 충격적인 주님의 모습에 제자들은 입을 열지 못하고 지켜볼 뿐입니다.

제자들의 마음은 혼란스럽습니다. 왜 예수님은 세상 나라의 왕들처럼 행동하지 않으실까. 종이 주인의 발을 씻겨야지 어떻게 주인이 종의 발을 씻긴다는 것일까.

주님은 제자들의 더러운 발을 씻기셨지만 특히 가룟 유다를 염두에 두고 계셨습니다. 주님의 행동은 불과 며칠 전 베다니의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를 주님의 발에 붓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풀어 닦아드린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 유다는 예수님 들으라는 식으로 마리아를 비난했습니다. “차라리 이것을 시장에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했지만 본심은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도둑놈 심보였음이 들통납니다.

예수님은 자기 욕망에 몰두해있는 제자들에게 이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가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몸소 보여주십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군림하기 위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나님 나라의 왕은 섬기기 위해 다가옵니다. 세상 나라의 왕은 갑옷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차고 착취하기 위해 다가옵니다. 하나님 나라의 왕은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다가옵니다.

왜 주님은 굳이 겉옷을 벗고 허리에 수건을 두르셨을까요. 이것은 당시 종이 존경하는 주인에게 존경심을 표현할 때 자세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전혀 존경스럽지 않은, 여차하면 배신할 생각을 품고 있는 제자들을 섬기시려고 종의 형체를 입으셨습니다.

발을 씻기려면 허리를 구부려야 합니다. 무릎을 꿇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나라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집니다. 모두가 종이 되고 주인이 되고 왕이 됩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자유와 의와 평안과 기쁨을 맛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 이 땅에 임하는 하나님 나라를 목도하면서 충격을 받습니다. 주님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시면서 흔들리는 제자들에게는 확신을, 배신할 생각을 하는 유다에게는 회개의 기회를 주십니다. 또 주님은 제자들이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것을 곧 주님의 발을 씻겨주는 것으로 간주하십니다. 이것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실재를 경험하는 주님의 몸입니다.

주님이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시기 위해 사용한 물건은 수건입니다. 지금 세상은 온통 검을 차야 한다고 으르렁대는 듯합니다. 당신의 허리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수건입니까, 검입니까. 만약 당신의 허리에 둘려있어야 할 수건이 없다면 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허리에 검이 있다면 당신은 그 검을 마귀에게만 사용해야 합니다.

잃어버린 섬김의 수건을 되찾을 때입니다. 주님은 지금 그런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그 사람이 당신이길 바랍니다. 오늘 당신이 머무는 곳마다 하나님 나라의 실재가 드러날 수 있기를 축복합니다.

장승민 장충단교회 목사

◇장충단교회는 1945년 서울 중구 장충동에 설립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교회입니다. 포스트휴먼 시대를 살아가는 나그네들에게 영혼을 적시는 생수를 나누는 오아시스 공동체를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