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종종 ‘예수를 위대한 도덕적 스승으로는 기꺼이 받아들이나, 하나님이란 주장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말을 합니다.… 인간에 불과한 이가 예수와 같은 주장을 했다면 그는 결코 위대한 도덕적 스승이 될 수 없습니다. 정신병자거나 지옥의 악마일 것입니다.”
유명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 작가이자 영문학자, 기독교 변증가인 CS 루이스(1898~1963)가 저서 ‘순전한 기독교’에서 한 주장입니다. ‘루이스의 트라일레마’(삼중고)로 불리는 이 주장은 그가 예수의 신성을 설명하기 위해 펼친 논증입니다.
루이스가 이 책의 원고를 쓸 당시 영국 사회에선 예수를 ‘사후 신격화된 인물’로 여기는 조류가 거세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콕 집은 그는 “위대한 인류의 스승이니 어쩌니 하는 선심성 헛소리에는 편승하지 말자”며 “그는 우리에게 그럴 여지를 주지 않았다. 그럴 여지를 줄 생각도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합니다.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믿을지, 아니면 미치광이나 악마로 볼지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책은 루이스가 1941~44년 영국 BBC 라디오 방송에서 강의한 방송 원고를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 루이스는 친근한 어투로 10~15분간 포화 속의 청취자에게 “모든 시대에 대부분 그리스도인이 공통으로 믿어온바”를 전합니다. 책 제목처럼 ‘순전한 기독교’라고 믿는다는 의미에서입니다.
그는 자기 이야기가 기독교의 모든 걸 설명한다는 시각을 경계합니다. 순전한 기독교는 “여러 방(교파)으로 통하는 문들이 있는 현관 마루에 더 가깝다”는 이유입니다.
루이스는 책에서 인간 본성과 기독교인의 신앙과 윤리, 교리에 관한 여러 쟁점을 소개합니다. ‘하나님은 선하다는데 그가 창조한 세상은 왜 이리 불의한가’ ‘왜 거악을 일거에 제압하지 않는가’ 등입니다. 루이스는 이에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달리 말해 실재(實在)의 무의미함-을 증명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실재의 한 부분-즉 정의에 관한 나의 개념-만큼은 전적으로 의미 있다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합니다. 물속의 물고기가 축축함을 느끼지 못하듯, 선과 정의 없이 악이 전부인 세상이라면 이들 가치의 부재 자체를 인지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악을 한 번에 소탕하지 않는 신’이란 의견엔 우리가 “자진해 그의 편에 가담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답합니다. “결국 하나님은 세상 마지막 날 대군을 이끌고 세상에 올 것인데 그때가 되면 선택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오늘 이 순간이야말로 옳은 편을 선택할 기회”라고 조언합니다.
교만을 “기독교인의 가장 큰 죄이자 영적 암”이라며 경계하기도 합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역시 최근 이 책을 주제로 한 설교에서 “성경은 ‘교만한 자를 하나님이 쓰지 않는다’고 말한다”며 “세상이 우리를 끊임없이 흔들지라도 말씀과 기도로 중심을 잡는다면 교만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출간 이후 영국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책은 이후로도 30개국 이상 언어로 번역돼 세계 곳곳의 지식인에게 회심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끈 미국 과학자 프랜시스 콜린스가 대표적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이들의 회의와 의구심에 답해온 이 책의 역할은 아직도 유효해 보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