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장로교회, 나이 차별 없고 청년 참여 늘리려 애쓰는데
‘다음세대’인 우리 젊은이들 교회 의사결정 구조서 소외돼
갈수록 늙어가는 한국교회 청년 없는 교회는 미래도 없다
‘다음세대’인 우리 젊은이들 교회 의사결정 구조서 소외돼
갈수록 늙어가는 한국교회 청년 없는 교회는 미래도 없다
하얗다. 주일 예배. 문득 내 앞에 앉은 분들의 뒤통수가 보였다. 대부분 백발이다. 내 머리도 마찬가지다. 한국 교회도 참 나이 들어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성령한국 집회. 20·30대 젊은이들이 끝없이 몰려왔다. 드넓은 체육관에 열기가 가득했다. 헤리티지 매스콰이어, 예람워십, 피아워십. 쉼 없이 찬양하고 기도했다. 교회에 청년이 없는 게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었다. 청년이 모여 함께 열정을 뿜어낼 장을 만드니 비로소 나타났다.
교회에서 청년은 다음세대라고 호명된다. 다음세대라는 표현은 종종 ‘지금은 봉사만 하고 다음에나 교회의 주류가 돼라’는 말처럼 들린다. 교회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청년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당회를 보라. 당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되는 장로교회의 의사결정 기구인데, 평균연령이 60세 이상이다. 90%는 남자다.
주요 장로교단의 헌법에서는 장로의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40세 이상에게만 장로의 자격을 부여한다. 예장 합동은 35세로 나이 제한은 낮지만, 여자는 아예 자격이 없다. 지역 교회의 당회는 노회(지역별 회의)와 총회(전국 단위 회의)로 이어진다. 당회·노회·총회에서 교회와 교단, 신학교의 정책이 결정된다.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는 제도적으로 차단돼 있다.
지금의 장로와 목사들은 청년이나 여성과 권한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총회에서 다음세대를 지원하자는 결정은 결의문이나 선언문 수준의 미사여구에 그치고, 자신들의 정년을 70세로 할 것인지 75세로 할 것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있다.
독자들 중에는 “교회는 원래 그런 곳 아니야?”라고 질문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어른 장(長), 늙을 로(老). 나이 지긋하고 지혜로운 어른들이 모이면, 경륜과 경험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현명하게 결정하지 않겠는가. 나도 그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아니었다. 지극히 한국적인(혹은 유교적인) 착각이었다.
미국 장로교회(PCUSA)는 남자와 여자 모두 장로가 될 수 있다고 헌법에 명시했다. 나이 제한은 없다. 오히려 교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참여와 포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청년이 많은 교회는 아예 장로 중 1~2명을 청년들에게 할당하는 경우가 흔하다. PCUSA 총회에는 전체 참석자의 20%가 40세 이하라고 한다. 한번 장로로 선출된 이들도 임기를 마치고 나면 집사나 평신도로 돌아가 섬기는 일이 당연하다. 한국을 벗어나면 장로교회만 아니라 감리교회 침례교회 오순절교회 등 교파마다 청년들을 대표로 세우고 교회의 의사결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 세계 교회가 모이는 회의에 가면 “한국교회는 왜 나이 많은 남자 목사들만 대표로 보내느냐”는 불평을 쉽게 듣는다.
교회 바깥에서는 어떤가. 국회의원 피선거권의 나이 제한은 5년 전에 폐지됐다. 비례대표 중 절반을 여성으로 배정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국회의 구성부터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렇게 교회의 의사결정에 청년을 참여시키는 이유는 사회의 변화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내무반에서 월급 1만원을 받으며 36개월을 보내던 세대와 휴대전화를 쓰며 18개월 만에 1000만원을 모아 전역하는 세대가 같은 문제의식으로 다음세대를 논의할 수 있겠는가. 첫 여성 주미대사로 지명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한국 사회의 성차별 때문에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은 공무원 시험 합격자 과반수가 여자다. 60대 남자들끼리 둘러앉은 당회가 교회 안의 여성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가끔 교회를 젊게 만들기 위해 담임목사를 40대나 50대 초의 비교적 젊은 인물로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당회의 구성원은 변함이 없으니 젊은 목회자는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한국교회가 갈수록 늙어가고,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고, 때로 역행하기까지 하는 것이 이런 당회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청년 없는 교회는 미래 없는 교회다. 젊은 교회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당회부터 젊게 바꾸자. 변화는 크게 시작하는 게 좋다. 30대면 어떤가. 여성이면 어떤가. 청년 장로를 세우자.
김지방 종교국 부국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