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

입력 2025-08-29 00:32

사진 속 나는 얼굴을 찡그리는 아이였다. 큰언니가 여름휴가 때 사온 카메라로 찍어준 사진 속 표정도 그렇다. 삐삐처럼 양옆으로 머리카락을 묶었고, 앞니가 빠진 얼굴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아주 신 레몬을 베어 문 듯 얼굴을 찡그려 콧등에 자잘한 주름이 잡혀 있다. 나중에 인화한 사진을 보고 언니들은 “얘 표정 좀 봐!”라며 한바탕 웃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저 언니들이 웃는 게 좋아서였다.

어린 나이에 노동자가 된 언니들은 휴가 때마다 집에 오면 밀린 잠을 보충하듯 내내 잤다. 짧은 휴가가 끝나면 언니들은 다시 도시로 떠났다. 나는 언니들이 보고 싶어 몰래 울기도 했다. 그래서 더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니들을 웃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붙잡고 싶다는 마음과 다르지 않았으니까. 웃음은 애써 가볍게 꾸며낸 장난이면서, 동시에 이별을 견디려는 나의 기도이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 한다. 삶을 무겁게 끌어안은 친구 앞에서 뜬금없이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누군가를 웃기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성공할 때도, 실패할 때도 있다. 실패했을 때는 괜히 실없는 말을 한 것 같은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웃다 보면 삶이 조금 가뿐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웃음은 결핍의 그림자이면서, 동시에 삶을 떠받치는 투명한 날개이기 때문이다.

엊그제 식당 맞은편에 앉아 있던 여자아이도 말괄량이였다. 콧구멍을 벌렁거리고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으며, 나를 웃기려고 했다. 나는 그 아이의 모습에, 언니들 앞에서 “히!” 하고 웃던 어린 날의 나를 포개 봤다. 가무잡잡하게 탄 얼굴로 해바라기처럼 웃던 언니들 곁에, 나는 가끔 얼굴을 찡그린 채 서 있는 것만 같다. 어른의 마음도 가끔 어려지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여자아이를 보며 나도 혀를 쏙 내밀었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