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그룹의 조선 사업 핵심 회사인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가 합병한다.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닻을 올린 상황에서 조선·방산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 군함 수주를 염두에 둔 선제 조치 성격도 있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는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이 설립된 2019년 이후 가장 큰 사업재편이다. 양사는 임시 주주총회 및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올해 12월 통합 HD현대중공업으로 새롭게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중·대형 조선사 간 합병이라는 점에서 종합 역량의 확장,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며 “향후 양적·질적 성장을 넘어서 K-방산 선도와 시장 확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야드별 수주 잔량 기준 HD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HD현대미포는 세계 15위다.
이번 합병의 방점은 ‘방산 강화’에 찍혀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중 유일하게 군함 건조 라이선스를 가진 회사다. HD현대미포는 함정 건조에 적합한 사이즈의 도크(선박 건조공간), 설비,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의 역량을 종합하면 더 많은 함정 건조가 가능해진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각각 11개, 4개의 도크를 보유 중이다. 통합 HD현대중공업 출범 후 HD현대미포의 도크 일부를 군함 건조에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 HD현대중공업은 방산 분야에서 오는 2035년까지 연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양사의 합병을 계기로 최근 북극권 개발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쇄빙선 등 특수목적선 시장 공략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수목적선 건조 경험을 가진 양사의 기술력을 합치면 시장 진입 기회를 넓힐 수 있다.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쇄빙선, 극지 환경 대응 선박에 진출하고, 미포가 중형선 최초로 적용한 친환경 기술들을 대형선으로 확장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은 통합 HD현대중공업과 조선 부문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투자법인을 설립한다. 올해 12월 싱가포르에 설립되는 법인은 HD현대베트남조선과 HD현대중공업필리핀, HD현대비나(가칭) 등 해외 생산 거점을 관리하게 된다. 또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사업재편은 ‘더 넓은 시장’, ‘더 강한 조선’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통합 법인 출범으로 시장 확대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이뤄내 미래 조선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