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IT업계에 부는 감원 ‘칼바람’이 더욱 매서운 상황이다. 미국 빅테크의 경우 인공지능(AI)으로 대체 가능한 일반 개발자는 대거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된 반면 상위 0.1%에 해당하는 고급 인력을 두고는 천문학적 금액이 오가는 등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해고 데이터를 추적하는 플랫폼 레이오프스닷에프와이아이는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글로벌 테크기업 189곳에서 총 8만1972명 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졌다고 27일 밝혔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핵심 인력’으로 각광받던 개발자들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5월 전체 직원의 약 3%에 해당하는 6000명을 감원했다. 이 가운데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MS 본사의 경우 해고 인원 중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직군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MS가 워싱턴주에 보고한 문서에 따르면 일자리를 잃은 2000여명 중 800여명이 개발자였다.
성과가 낮거나 비핵심 부서일수록 상황은 냉혹하다. 구글은 지난 2월과 6월 클라우드 부문과 플랫폼 및 디바이스 부문에서 각각 수백 명을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타플랫폼 역시 올 2월 저성과자로 분류된 직원 3600명을 내보낸 뒤 4월에는 가상현실(VR) 관련 부문 ‘리얼리티랩스’ 인력 일부를 줄였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이미 AI가 개발자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5월 자사의 AI 전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2027년에는 AI가 메타의 개발 과정 중 절반을 수행할 것이며, 비중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행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도 “MS 코드의 20~30%가 AI에 의해 작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10월 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글의 신규 코드 중 25% 이상이 AI에 의해 생성되며, 이로 인해 개발 효율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반면 ‘최상위급’ 개발자의 경우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궁극의 AI, 초인공지능(ASI) 경쟁이 본격화된 영향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AI 전문 엔지니어에 한해 일반 연봉이 300만∼700만 달러로 2022년 대비 50%가량 급등했으며, 최고 수준 인재의 경우 1000만 달러(약 139억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