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문제 선방, APEC 북·미회담 언급… 고무된 대통령실

입력 2025-08-28 02:02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미국을 찾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추모 화환을 매만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의 핵심 거점인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뉴시스

대통령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통상 문제를 선방한 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북·미 대화 가능성까지 언급된 ‘일거양득’의 결과물에 고무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연내 성사될 경우 문재인정부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사례처럼 정권 초 국정 동력이 확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27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아주 잘된 ‘역대급’ 회담”이라며 “준비했던 대로 모두 잘 맞아떨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도 없어 운도 좋았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가능성이 모색됐다는 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재명정부 출범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에선 대미 통상 협상과 APEC의 성공 개최를 정권 초기 핵심 과제로 보는 분위기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살린 것처럼 이 대통령도 지방선거 전 두 가지 큰 이벤트를 잘 이끈다면 추후 국정 운영에 추진력이 붙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통상 협상을 선방하고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직접 APEC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언급되자 여권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갈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직접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정부가 분위기는 잘 잡고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북·미 회담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문재인정부 때처럼 북한이 철저히 고립된 상황은 아니지만, 북한도 경제 문제 해결과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단계적으로 설득하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여권은 지난달 30일 타결된 한·미 관세 합의가 큰 변동 없이 유지된 것도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라인에서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금액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투자 비중은 최소화하고 대출·보증 비중을 늘리려 했던 정부로선 구체적인 합의문을 도출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파트에선 쌀·소고기 시장 개방 요구도 다시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정상회담이 구체적인 합의문 도출 없이 끝나면서 이런 미 측의 요구는 추가 반영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미국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조선업이나 방위산업 등 애초에 투자가 필요했던 전략산업 분야를 내세워 ‘윈윈’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여타 협상 대상국과 비교해봐도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동환 윤예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