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한미군 기지 소유권 이전 언급은 한국을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 안팎에선 “미군이 독자적으로 주한미군을 운용할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동맹 현대화 전략 속내를 내비쳤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27일 “주한미군 기지의 법적 소유권 양도는 불가능한 요구”라면서도 “이는 우리 정부에 ‘동맹 현대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압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주한미군 기지를 북한 견제가 아닌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동북아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안보 비용 청구서를 높이기 위한 단순한 압박전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지 소유권 전환이 현재 한·미 연합지휘체계에서 운영되는 주한미군의 독자적 작전권 확대를 의미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기지는 미국의 것’이라는 인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은 전시작전권 전환을 전제로 한 한국군의 자율성 확대가 아니라 미군의 작전 주도권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기지가 미군 소유가 되면 한국군의 작전권과 연합작전 조정권도 심각하게 흔들린다.
여기에는 다분히 중국 견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북한 억제’에서 ‘중국 견제’로 재정의하려는 흐름의 연장선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요구해 온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실제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군 해외 주둔기지인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는 중국의 핵심 요충지인 상하이·칭다오는 물론 중국 동부 해군기지까지 직접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략 거점으로 꼽힌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 역시 언제든 중국 본토로 F-16을 포함한 주력 전투기와 정찰자산을 띄울 수 있는 요충지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 국방부의 최종적인 동북아 안보 목표는 대만해협에서 전쟁 발생 시 미군이 승리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용으로 더 빠른 속도로 전환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기지 소유권 이전과 관련한 (미국 측)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직간접 지원을 하고 있고, 미군기지를 위한 무상 토지 공여도 그 일환”이라며 “앞으로도 주한미군에 안정적 주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화 최예슬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