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35% 인하안’ 제시했지만… 면세점 임대료 갈등 파국

입력 2025-08-28 00:43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면세사업자들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임대료 인하 요구 수준을 기존 40%에서 35%로 낮춘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에서 28일 열리는 2차 조정기일을 앞두고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조정기일 불참 방침을 재확인하며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7일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25일 기존 40%에서 5~10% 포인트 낮춘 30~35%의 임대료 인하 요구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신세계는 지난 4월, 신라는 5월 민사 조정을 신청하며 40% 인하를 요구했으나 한발 물러선 것이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를 최소 40% 이상 감액해야 손실을 피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합리적 조정안이 현행 임대료 대비 30~35% 감액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그럼에도 임대료 인하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조정을 수용하면 배임 등 법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2차 조정기일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6월 30일 1차 조정기일에 참석해 임대료 조정안 미수용 의사를 밝혔다.


현재 면세사업자들의 월 임대료는 각각 약 300억원에 달한다. 면세업이 부진한 가운데 높은 임대료 부담이 더해지며 매달 50억~8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행 임대료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약 80% 수준이다.

법원의 조정이 최종 결렬될 경우 사업자들은 두 가지 선택에 직면한다. 하나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내며 2033년 6월까지 영업을 이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별로 1900억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내고 사업을 접는 것이다. 철수를 결정하면 위약금 반환 소송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철수를 결정하더라도 6개월간 의무적으로 영업하며 정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철수가 결정되면 인천공항은 신규 사업자 재입찰에 나선다. 신라의 DF1과 신세계가 보유한 DF2는 향수·화장품·주류·담배를 포함한 알짜 사업권으로 꼽힌다. 재입찰 시 임대료 인하 가능성도 있어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부티크 매장만 운영 중인 현대백화점면세점과 2023년 인천공항에서 나간 롯데면세점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신라·신세계도 계약 해지에 따른 벌점(정성평가 5점)을 감수하고 재입찰에 나설 수도 있다.

갈등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와 신세계는 공항이 제시한 금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사업권을 낙찰받았다. 두 회사는 공항이 제시한 여객 1인당 최저 수용금액(5346원·5616원)의 160% 이상을 써내 각각 8987원, 9020원으로 낙찰받았다.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라는 우려가 나왔다.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도 갈등을 심화시킨 요인이다. 기존엔 고정 최소보장금 방식이었으나 2023년부터는 공항 여객 수에 따라 임대료를 책정하는 ‘여객당 임대료’로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면세사업자를 고려한 조치였으나 매출 감소와 맞물리며 오히려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