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장관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에 대해 당 지도부는 ‘장관의 본분에 충실한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정 장관을 향해 “특위가 마련한 초안을 모르시는 상태인 것 같다”고도 언급했다. 검찰개혁을 주제로 당정 간 실무협의가 꾸준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인 법무부 장관이 내용을 잘 모른 채 공개 발언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인데, 공유된 내용을 정 장관이 숙지하지 못했다는 뜻인지 특위 차원의 초안을 법무부에 공유하지 않았다는 뜻인지는 불분명하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수사·기소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어떻게 설계해야 수사역량을 유지하고 수사 권한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민주적 통제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도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자는 방안에 대해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의 사건(이의신청)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검찰 해체’에 방점을 찍은 당과 ‘신중한 설계’를 강조하는 정 장관 사이 온도 차는 크다. 당 특위는 검찰에 대해 수사와 관련한 일말의 여지도 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떼어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고, 검찰의 수사 개입 여지가 있는 보완수사권도 검찰에 남겨둘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 장관은 과연 이런 방식의 검찰개혁이 ‘수사 통제’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인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는 동의하지만, 경찰이 진행한 수사를 검찰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검찰의 보완수사권 유지와 수사지휘권 부활, 경찰·중수청의 전건 송치(모든 사건을 공소기관에 보내는 것)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수청도 행안부가 아닌 법무부에 설치해야 한다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당정 갈등 재점화 우려에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우 의원은 “다음 달 25일 검찰청 폐지를 담은 정부조직법을 처리한 뒤 충분히 숙의해 후속 입법을 이어갈 것”이라며 “당·정·대 간 이견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판 한웅희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