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날엔 시편을 노래하자

입력 2025-08-29 03:30

삶이 고단하면 누구나 쉴 곳을 찾고 싶다. 야자수 그늘에 앉아 해변의 석양을 바라보거나 보송보송한 잠자리에서 편안한 여유를 즐기길 원할 것이다. 하루하루가 절박하고 위태로운 이들에겐 꿈같은 이야기다. 수천 년간 입에서 입으로 옮겨진 시편은 절벽에 매달린 심정으로 살아간 곤고한 자들의 고백이며 합창이다. 풍요와 쾌락이 제공되는 오늘날 시편 기자의 힘겨운 삶을 상상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시편이 “초기 가나안 정착 시기에 유래한 것부터 바벨론 포로기와 그 이후에 생겨난 작품들”이며 지금의 형태로 묶인 건 아마 “기원전 4세기에서 2세기 무렵일 것”이라고 말한다. 타국에서 치욕과 수난을 견디며 하나님을 바라봤던 이스라엘 공동체의 눈물과 탄식, 찬양이 시편의 절창을 완성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구약성경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시편이 신앙공동체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정경화 됐음에 주목한다. 시편은 암담한 “죽음의 그늘 골짜기”(시 23:4)를 걸어갈지라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확신을 놓지 않는 노래다. 또 시편에 표현된 다윗이 위대한 왕이라기보단 가난하고 힘없는 자와 동일하게 고통에 처하는 신앙인으로 조명돼 있음을 되짚는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신뢰하며 살아간 이들의 부르짖음과 신음, 고백과 찬양”은 우리 시대의 약자와 고통받은 자의 신음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것과도 연결된다.

시편은 무엇보다 형식이 특별하다. 탄식시와 감사시, 찬양시로 대표되는 양식은 고대 이스라엘 예배 의식에서 사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절절한 호소와 통곡으로 몸부림치다가도 문득 하나님은 내 편이 돼 나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탄식은 어느새 찬양으로 바뀐다.

탄식과 탄원이 돌연 찬양으로 전환되는 반전은 시편이 전하는 놀라운 위로이자 복음이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하나님이 나를 지키고 인도한다는 신뢰이다.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간다”(시 19:3~4)는 고백은 굳은 믿음이 있기에 고난의 현실에 무릎 꿇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힘겨운 날이면 시편을 열자. 주님의 율법을 즐거워하며 밤낮으로 묵상하자.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하는 평안도 이 책의 매력이다.

강경희 대표 (갤러리지지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