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을 확대했다가 빚더미에 눌린 프랑스 정부가 의회 투표를 통해 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된 재정적자로 국제통화기금(IMF) 개입 가능성도 거론되는 가운데 정치권의 분열이 경제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리크 롱바르 재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부 재정 상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IMF 개입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공공부채는 지난해 기준 3조3000억 유로(535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3% 수준이다. 나라 전체가 1년간 번 돈을 다 합쳐도 국가채무를 갚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대응 과정에서 쏟아부은 천문학적 정부 지출의 결과로 분석된다.
프랑수아 바이루(사진)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간 부채가 매시간 1200만 유로(190억원)씩 증가해 왔다”며 “재정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 8일 의회에 신임투표를 요청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긴축 예산안 통과의 동력을 얻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440억 유로의 예산 절감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지침을 발표했다. ‘더 많이 일하면 세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로 법정 공휴일 이틀 폐지 방안도 발표했는데 야당과 여론의 반대가 크다.
바이루 총리가 정면돌파를 선택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투표 전망은 어둡다. 극우 국민연합(RN), 극좌 굴복하지않은프랑스(LFI) 등은 불신임 투표를 공언했다. 의회 다수가 불신임 표를 던지면 바이루 총리와 내각은 총사퇴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임명하게 된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에도 하원이 총리 불신임안을 통과시켜 미셸 바르니에 당시 총리와 내각이 사퇴했다. 총리 불신임안 통과는 62년 만이었는데 약 9개월 만에 또 정부 붕괴 우려가 커진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유럽 경제의 주춧돌이었던 프랑스가 가장 취약한 고리로 전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