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 27일 특검팀과 한 전 총리 측은 구속 필요성을 놓고 막판까지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을 책임을 저버렸을 뿐 아니라 오히려 비상계엄이 합법적인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계엄 선포를 만류했고 도주 우려도 없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한 전 총리 구속 여부는 다른 국무위원 수사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특검과 한 전 총리 측은 영장심사에서 범죄 혐의 성립 여부와 구속 필요성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 측에선 김형수 특검보와 김정국 차장검사 등이 160쪽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 자료와 의견서 362장을 준비해 한 전 총리의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검은 영장심사에서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대한 운영이나 사후 계엄선포문을 작성·폐기하는 과정에서 총리로서 책임을 저버린 점을 들어 범죄의 중대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국가·헌법 수호 책무를 보좌하는 제1의 국가기관인데 한 전 총리는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고, 오히려 계엄의 정당성 외관을 갖추는 데 관여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관련자 진술 등을 제시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의 증거인멸 우려도 강조했다.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선포문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진술을 일부 번복한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언제 어떻게 그걸(계엄선포문) 받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진술해 위증 혐의를 받았으나 특검 조사에서 계엄 당일 국무회의 상황이 찍힌 CCTV 영상 등 증거가 제시되자 진술을 바꿨다. 특검은 이 영상도 재판부에 제시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측은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도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증거인멸이나 구속 사유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항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전 총리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에 대해 얼마나 반대해야 했고, 어떤 역할을 했어야 내란 가담·동조 의혹을 벗을 수 있을지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총리 구속 여부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 직후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7분가량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이 한 전 총리 신병을 확보한다면 이에 관한 조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