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진짜 사장”… 자회사 노조, 노란봉투법 업고 교섭 압박

입력 2025-08-27 19:01
네이버 산하 6개 자회사 직원들이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6개 법인 총집회’에 참석해 본사와 자회사 간 임금·복지 차별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 사측은 6개 자회사 노동자들의 사용자라고 하는 말에 빠져나갈 구멍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27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그린팩토리’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오세훈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으로 세상이 변하고 있는 걸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네이버 본사 앞 인도는 그린웹서비스, 스튜디오리코,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등 6개 자회사 직원들로 가득 찼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처음 열린 이날 ‘6개 법인 총집회’에는 약 400명이 모였다.

자회사 직원들은 최근 임금·단체교섭 결렬의 책임을 본사인 네이버에 물으며 본사와의 연봉·복지 차별 해소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회사 지분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가 ‘진짜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근무지인 강원 춘천, 전남 광주, 인천 부평 등에서 네이버 본사 앞으로 모인 이유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현행법상 자회사 노조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기조 아래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네이버가 자회사 노조의 요구를 계속 외면하긴 부담스러울 전망이다. 이 법의 핵심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계약과 상관없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력’을 가진 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자회사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네이버 사업 운영에 필수적이고 본사 사업체계 내 편입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원청에 교섭 의무가 부여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하청 노조의 원청 본사를 겨냥한 집회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현대제철 협력사 소속 비정규직 노조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원청인 현대제철을 불법 파견, 교섭 거부 등으로 고소했다. 같은 날 발전소 비정규직 노조도 용산 대통령실 근처에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총파업 대회를 열었다.

이런 요구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이후 한층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한 제조 대기업 관계자는 “‘진짜 사장 나오라’는 구호가 명확한 법률적 근거를 갖추게 된 셈이라 사측도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파업에 대응하느라 사업에 써야 할 역량이 분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청 기업들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 본회의를 통과한 현재까지도 사용자성의 인정 범위, 정당한 쟁의행위 판단 기준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세부 기준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 요구사실 공고 등 실무를 둘러싼 혼동도 본격화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 혼란을 줄일 구체적인 지침·매뉴얼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다음 달부터 노란봉투법 관련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한다.

성남=글·사진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