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APEC 참석은 쉽지 않아… 남·북·미 판문점 대화도 검토를”

입력 2025-08-27 18:49 수정 2025-08-27 18:52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지난 23일 일본 방문을 시작으로 3박6일간의 정상 외교를 마친 이 대통령은 28일 새벽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다. 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북·미 또는 남·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 정부도 후속 작업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APEC 참석을 고집하기보다 2019년 판문점 회동처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기회로 북한과의 만남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7일 통화에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 정부가 보이지 않는 역할을 계속 하고 있다”며 “한 가지 조치만 하는 게 아니라 계속 축적하고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북 유화책, 내부 인적 쇄신, 남북회담본부 부활 등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공관을 활용한 북한과의 소통 시도를 검토하고,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은 물밑 접촉 등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2018~2019년 남북 해빙 무드 당시에도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라인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맡아 움직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흔하지 않은 만큼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9년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듯 APEC을 활용해 북·미 간 만남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과 외교부 제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통화에서 “2019년처럼 APEC 때도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APEC을 계기로 북·미 혹은 남·북·미 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그널 정도론 북한이 안 움직일 테니 한·미 공조를 토대로 북한이 나올 수 있는 선제적 방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실력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차관 출신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도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했듯 트럼프를 원산으로 초대할 수 있고 금강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며 “김 국무위원장이 직접 경주로 오는 것만이 북·미 회담의 방법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전날 “북한의 APEC 참석은 비현실적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재명 대통령의 비핵화 발언을 비난하는 등 여전히 대화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이 비핵화 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하다”며 “(한국은) 국가의 모든 주권을 미국에 고스란히 섬겨 바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정치적 가난뱅이”라고 비난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처럼 중요한 문제부터 풀 수 있는 틀을 잡아야 한다”며 “대화가 조금 이뤄진다고 긴장 완화가 될 거라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