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 옥상에서 모녀 3명이 함께 추락해 숨진 사건의 정확한 사고 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이들의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를 검토중이다.
27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30분쯤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주상복합 오피스텔 12층 옥상에서 40대 여성 1명과 10대 여성 2명이 동반 추락했다. 40대 여성과 10대 여성 1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다른 10대 여성은 심정지 상태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세 사람은 해당 건물에 함께 거주하던 모녀 관계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족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타살 등의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모녀의 거주지에는 채무 관련 내용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숨진 모녀가 극단적인 생활고에 내몰린 정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모녀의 생활고나 가족 간 갈등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청에 따르면 사망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유서 역시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모녀는 건물 세입자였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강서구가 아닌 다른 곳이었다. 세 사람이 동반 투신해 사망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하루가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경위나 10대인 두 딸이 모친과 함께 투신한 점 등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은 셈이다. 경찰은 유족 의견을 반영해 부검은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
사고 현장은 건물 꼭대기층인 12층에서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는 구조였다. 단순 철문 구조의 출입문에는 비상개폐장치가 없어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현장을 목격한 김모(32)씨는 “지나가는데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건물 뒤편 주차구역에 쓰러진 여성들이 보여 곧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또 유족 조사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