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검은 통일교가 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힌 권 의원에게 청탁 명목으로 대선 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A4 용지 50장 분량의 질문지를 통해 권 의원에게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만난 경위와 금품 수수 여부 등을 조사했다. 권 의원은 2021~2024년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행사 지원 등을 요청받으면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특검팀은 또 권 의원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의혹을 조사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관계자 등을 조사하면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한 총재가 있는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돈을 건넨 시점이 그해 대선 직전이라는 점에서 해당 금품 등이 불법 대선자금 아닌지 수사 중이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과 만난 직후 ‘약소하나마 후보님(윤석열 전 대통령)을 위해 써달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다이어리엔 ‘큰 거 1장 support’라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공모해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통일교 신도들을 대거 입당시킨 의혹도 수사 중이다. 당원 명부 등이 수사에 필요하다고 보고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이날 김건희 여사에게 통일교의 청탁과 선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전씨를 조사하면서 권 의원과 통일교의 연관성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권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포함한 어떤 금품도 받은 적 없고, 윤 전 본부장과 윤 전 대통령의 독대 여부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는 조영탁 IMS모빌리티 대표에 대한 3차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IMS모빌리티는 김 여사 일가의 집사로 불리는 김예성씨가 설립에 관여한 회사다.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IMS모빌리티에 여러 대기업이 184억원 상당을 투자하면서 논란이 됐다. 특검팀은 기업들이 김 여사를 염두에 두고 이른바 ‘보험성 투자’나 ‘현안 해결용 투자’를 한 것은 아닌지 수사하고 있다.
차민주 박재현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