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폐해? 형량 반토막 난 ‘대학 마약동아리’ 회장

입력 2025-08-27 19:01

대학 연합동아리에서 마약 유통·투약 등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동아리 회장 염모(32)씨의 형량이 2심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법원은 2021년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개시권이 없어진 범죄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개시했다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혐의 중 일부를 공소 기각했다.

서울고법 형사4-3부(재판장 황진구)는 27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특수상해,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촬영물 등 협박 혐의로 기소된 염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염씨에게 40시간의 약물중독 재활 프로그램 이수, 약 1300만원의 추징도 함께 명령했다.

염씨는 대학생 수백명이 가입한 연합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며 2022년 11월부터 약 1년간 집단으로 마약을 구매·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 기소됐다. 염씨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특수상해),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 등 협박)로도 기소됐다.

2심에서 염씨의 형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는 재판부가 특수상해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관련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염씨의) 특수상해, 촬영물 등 협박 범행은 (검찰의) 수사 개시 경위나 범죄사실 증거 측면에서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에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해 공소 제기한 것은 위법한 조치”라고 밝혔다. 2020년 개정된 검찰청법은 검사의 수사개시권이 인정되는 범죄를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 등으로 제한한다.

검사의 수사권이 지속해서 축소되는 과정에서 ‘범죄가 강하게 의심되더라도 처벌할 수는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청을 없애고 검찰 권한을 중수청 등으로 분산시킨다는 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보다 세밀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