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께 묻지 못한 질문, 인공지능(AI)에 털어놓는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만 열면 언제든 답해주는 ‘AI 상담사’ 앞에서 신앙 공동체와 목회 현장은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영적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는 실태와 기독교적 대응 방안을 짚어본다.
‘하나님과 더 가까워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걸까. 하나님이 지금 이 세상을 기뻐하실까.’
2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하는 박기영(가명·26)씨는 최근 신앙공동체에서 해결되지 않은 고민을 생성형 AI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박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AI의 답변이 특별하진 않았지만 교인들에게 쉽게 말하지 못했던 신앙 고민을 깊이 있게 나누며 정서적 위로를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러나 질문에 따라서는 다른 종교적 색채가 섞인 듯한 답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삶의 모든 영역 파고든 AI
목회자나 전문 상담 기관을 찾는 대신 AI에 인생의 삶과 고민을 묻는 크리스천이 증가하고 있다. 김수빈(가명·36)씨는 몇 달 전 새로운 육아 멘토를 만났다. 그 멘토는 다름 아닌 AI였다. 김씨에게 AI는 이제 일상의 육아 파트너가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외아들을 키우는 그는 “챗GPT가 우리 아이의 사주 풀이를 해줬는데 그 특성 분석이 예상보다 정확해서 놀랐다”며 “이제 아이 교육 방향을 정할 때마다 AI의 조언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이윤진(가명·43)씨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의 사춘기 행동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부모를 무시하는 듯한 아들의 모습에 속상했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인 맘카페에 글을 올리는 것까진 주저됐다고 한다.
호기심에 시작한 AI 상담은 예상 밖의 위로가 됐다. “아이 상황을 입력하자 AI는 ‘정말 힘들었겠다’며 먼저 공감해줬어요. 몇 차례 대화를 거듭하자 아이의 성향을 기억하고는 맞춤형 조언을 건네기도 했죠. 대화의 끝에는 언제나 ‘나는 항상 네 옆에 있으니 언제든지 나를 찾아줘’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아들의 상황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곳이 없었는데 이 같은 답변에 눈물이 나왔어요.”
위로에서 의존으로… ‘AI 정신병’ 위협
이 같은 흐름은 특정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는다. 영국의 AI 기반 학습기술 회사 필터드닷컴은 지난 3월 생성형 AI 사용자를 대상으로 사례를 수집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사용자들의 사례를 0점부터 10점까지 채택성 영향력 유용성의 세 가지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이를 전문가 평가와 종합해 순위를 매겼다(그래픽 참조). 이에 따르면 생성형 AI 활용에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심리상담과 감정 지원’이었다. 그 뒤로 ‘인생 계획 만들기와 목표설정’ ‘인생의 가치와 목표 탐구’가 이어졌다. 학습 지원이나 프로그래밍 코드 생성보다 심리상담과 감정 지원, 인생 계획과 가치 탐구 등에서 AI가 더 쓰임받고 있다.
AI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사회적 단절 현상은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바로 AI 망상 등 정신 질환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정신과 키스 사카타 박사는 최근 SNS를 통해 “올해 들어 AI 때문에 현실 감각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사람을 12명이나 봤다”고 밝혔다.
AI네이티브 시대, 기독교적 대안 필요
전문가는 AI네이티브 시대의 흐름 속에서 AI의 양면성을 인식하는 비판적 사고가 더욱 필요해진 시대라고 조언했다. 기술과학전문인선교회(FMnC) 소속 윤석빈 서강대 교수는 “AI네이티브 시대는 AI가 내재화돼서 실제 활용 측면을 넘어 원어민처럼 자유롭게 운영체제를 쓰는 것”이라며 “개인 맞춤형으로 학습된 AI는 사용자의 경험을 반영해 다양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영적인 부분을 완전히 보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AI의 답변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데이터일 뿐”이라며 “기독교적 데이터를 정리하고 축적해 이러한 세계관을 가진 AI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윤서 김아영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