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마찰을 빚어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이사 해임 문제로 다시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사 쿡(사진) 연준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자 해임 의사를 밝혔는데 권한 남용 논란이 불거졌다. 중앙은행인 연준의 독립성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그(쿡 이사)가 어떤 위반을 한 것 같다. 그 위반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그가 주택담보대출을 관할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00% 흠결 없는 인물이 필요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혐의가 있다며 최근 법무부에 수사 의뢰했다. 연준 이사가 되기 전인 2021년 두 채의 서로 다른 부동산을 ‘거주지’로 허위 신고해 대출을 유리하게 받으려 했다는 혐의다. 하지만 쿡 이사는 아직 기소도 되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는 전날 헌법 2조와 1913년 연준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쿡을 이사직에서 해임한다고 밝히면서 해임 통보 서한을 트루스소셜에 공개했다. 연준의 111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해임 시도다.
로이터통신은 “연준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현직 이사를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서도 “지금까지 그 권한은 시험대에 오른 적이 없다. 미국 대통령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보장하기 위해 연준에 대체로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쿡 이사는 성명에서 “트럼프는 법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사유를 근거로 나를 해고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나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쿡의 변호인은 소송 의사를 밝혔다.
연준도 성명에서 “이사들에 대한 장기간의 임기와 해임 제한은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며 “연준은 법에 정해진 대로 그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쿡 이사를 해임하고 충성파를 앉히면 연준 이사 7명 중 4명을 자신이 임명한 인사로 채우게 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