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순 정숙 현숙 상철 영수 영식….
TV 프로그램 ‘나는 솔로’는 솔로 남녀들이 자신의 특징에 따라 주어진 별칭으로 며칠간 ‘솔로 나라’에 입성해 데이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0, 40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들이 현실 속에서 털어놓는 고민은 낯설지 않다. “천생연분을 만나고 싶다.” “나이 들수록 만날 사람이 없다.” “혼자 있으니 외롭다.”
그런데 이런 고민이 비단 방송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최근 교회 싱글들을 다룬 기사의 댓글 창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새 1000개를 넘나드는 댓글 속에서 ‘나는 솔로’ 출연자들과 똑같은 고민이 쏟아져 나왔다. 방송에서는 웃고 넘길 수 있지만 현실에서 마주한 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댓글 창에서 가장 뜨거웠던 논쟁은 결혼에 대한 시각 차이였다. 마치 2개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것 같았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마흔인데 결혼 안 하면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통적인 생애주기를 따라야 한다는 관점이었다. 반대편에서는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하다’ ‘결혼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이런 대립이 단순한 개인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2022년 기준 1인 가구가 전체의 34.5%를 차지하는 통계적 현실과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의 거대한 괴리감이 댓글 창에서 폭발하고 있었다.
교회는 더 복잡했다. 일반 사회보다 결혼에 대한 압박이 강한 데다 신앙이라는 필터가 하나 더 추가된다. 선택권이 극도로 제한되는 셈이다. 댓글들이 가장 신랄하게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다. 여러 조건에 신앙까지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한 댓글자는 ‘이런 조건 다 갖춘 사람이면 이미 결혼했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댓글 창에 불평만 쏟아진 건 아니었다. 댓글을 단 이들은 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특히 눈에 띈 건 ‘1인 가구도 하나의 가족 형태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였다. 기존의 ‘가족=부부+자녀’ 공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이유로 혼자 사는 이들을 가족 형태로 받아들이자는 것이었다. 매칭이 안 되면 실패인 것처럼 그리는 방송과 달리 댓글자들은 혼자여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댓글을 읽으면서 놀란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통적인 결혼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 기존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제안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물론 갈등도 있었다. 세대 간 인식 차이, 남녀 간 시각 차이, 종교적 가치관과 현실적 필요 사이의 괴리 등이 댓글 창에서 충돌했다. 하지만 그런 갈등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나는 솔로’의 진짜 매력은 커플 매칭이 아니라 출연자들의 솔직한 고민 고백에 있다. 자신의 사랑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댓글자들은 구체적인 제안까지 내놓았다. ‘교회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응급연락망을 만들어 달라’ ‘싱글들만의 소그룹을 만들어 달라’는 식이었다. 이들이 원하는 건 동정이나 특별 대우가 아니라 동등한 관심과 배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솔로’가 보여주지 못하는 건 바로 이런 현실적 해법들이다. 방송은 결국 로맨스로 귀결되지만 현실의 싱글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건 사랑을 찾기보다 혼자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었다.
교회가 이런 변화의 선두에 선다면 어떨까. 사랑과 포용을 말하는 공동체답게 1인 가구 34.5%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가족 개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1000개 댓글이 진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아영 종교부 차장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