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1500억 달러 ‘매머드급’ 대미 투자 공식화

입력 2025-08-27 02:0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범 정책실장, 강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

한국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총 1500억 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 가운데 대한항공이 498억9000만 달러(약 70조원), 현대자동차그룹이 260억 달러(36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대한항공은 25일(현지시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최고경영자(CEO), 러셀 스톡스 GE에어로스페이스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7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핵심은 2030년대 말까지 보잉 최신예 항공기 103대를 도입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362억 달러(50조원)를 투입해 차세대 고효율 여객기와 화물기를 차례로 들여올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기단 재편을 통해 777·787·737과 에어버스 A350·A321-네오 등 5개 기종으로 단순화하고 연료 효율성과 탄소 저감 효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노린다는 전략이다.

GE에어로스페이스에서 11대분, CFM사에서는 8대분의 예비 엔진을 구매하기로 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20년간 항공기 정비 서비스 계약까지 포함해 엔진 분야에만 136억9000만 달러(19조2000억원)를 투자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성장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라며 “팬데믹 이후 항공기 인도 지연 상황까지 고려해 2030년대 중후반까지의 장기적 투자전략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도 26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가 늘었다. 제철, 자동차, 로봇 등에 집중 투자한다. 단순 생산 확대를 넘어 미국 내 밸류체인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루이지애나주에는 연간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저탄소 고품질 강판을 현지에서 생산해 자동차와 주요 산업에 공급한다. 이를 통해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내 생산능력을 120만대 이상으로 늘리고, 다양한 라인업을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배터리팩 현지 조달과 핵심 부품의 현지화율도 높여 나간다.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도 신설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연구개발 시설에 370억 달러(51조7000억원),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등에 130억 달러(18조1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 공장 등에 200억 달러(28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이날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현대차, 대한항공뿐 아니라 삼성전자, SK, LG, 한화 등 16개 주요 그룹 총수와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이 참석해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