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교회 압수수색 나쁜 일”… 교계 촉각

입력 2025-08-27 03:02 수정 2025-08-27 08: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전 최근 한국에서 교회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벌어진 일을 언급하며 “사실이라면 너무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처한 정치 상황과 특별검사 수사의 특수성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설명을 듣고 “오해라고 확신한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하며 일단락됐지만, 발언 배경을 놓고 여러 관심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상회담 2시간55분 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난 것 같다’는 돌발 글에서 시작됐다. 그는 이후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글의 취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최근 한국의 새 정부가 교회를 상대로 아주 심한 급습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심지어 군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빼냈다고도 들었다”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확인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작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이슈는 일종의 오해로 정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은 그가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이 불편한 지점을 예기치 않는 순간에 지적해 우위를 선점하는 전략과도 무관치 않다. 무엇보다 미국 보수 기독교계를 강한 지지기반으로 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은 그만큼 큰 충격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취임 후 백악관에 폴라 화이트 목사가 이끄는 신앙사무소를 별도 기구로 설치하는 등 기독교적 가치에 무게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더구나 화이트 목사는 한국교계와도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한국교계와 인연이 있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역시 국내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1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장례식에 정부사절단 대표로 참석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상황에 대해 “정보기관을 통해 교회들에 대한 수색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순직해병특검팀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극동방송을 잇달아 압수수색했고 교계 안팎에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26일 새벽기도에서 “이번 정부가 한국교회를 존중히 여기고 잘 협력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미칠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배덕만 느헤미야 기독연구원장은 “정부로서는 미국 눈치를 보게 만드는 일종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국내 일부 극우 교계가 악용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