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전 세계 최초로 도입된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이 시행 일주일을 맞았다. 스윙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지만, 판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줄고 공정성이 강화됐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다.
26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 체크스윙 비디오판독은 총 26차례 이뤄졌다. 이 가운데 17건은 원심이 유지됐고 9건은 번복됐다. 번복률은 34.6%로 이번 시즌 전체 비디오판독 번복률(29.4%·753건 중 221건)보다 다소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KBO는 지난 19일, 전 세계 주요 프로야구 리그 중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당초 내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전반기 내내 판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도입 시기를 앞당겼다
스윙 여부 판정 기준은 명확하다. 방망이 각도다. 타자의 스윙 과정에서 방망이 끝이 홈플레이트 앞면과 평행을 이루는지 살핀다. 방망이 각도가 타석 기준으로 90도를 넘으면 스윙, 넘지 않으면 노스윙으로 본다. 방망이가 홈플레이트를 통과했는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첫 사례는 시행 첫날 SSG 랜더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나왔다. 8회 초 SSG가 1-4로 뒤진 2사 1, 2루 상황에서 SSG 오태곤이 KT 손동현의 4구째 포크볼에 체크 스윙했으나 주심은 노스윙을 선언했다. 이에 KT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원심이 유지됐다.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으나 의미는 있었다. 이어진 승부에서 오태곤이 동점 3점 홈런을 터트렸다. 양 팀이 3위를 두고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만약 비디오판독이 없었다면 KT는 판정과 이어진 결과에 불만과 아쉬움을 품을 수 있었다.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A구단 사령탑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생겼다는 점에서 좋은 방향”이라고 평가했고, B구단 감독도 “공정성이 중요한 야구 경기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부적인 기준을 두고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스윙 기준을 90도로 적용하는 것이 투수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구단 사령탑 역시 “현재 기준은 타자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10개 구단 관계자 모두가 참여한 KBO 실행위원회에서 합의해 결정한 만큼 당장은 새로운 제도에 적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크다. 또 다른 구단 감독은 “새 규정이 생기면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족한 점은 시즌이 끝나고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