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최종 단계에 근접했다며 강력한 대응과 동시에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핵 위협을 단순한 억제에 그치지 않고 외교적 해법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재진입 기술에서 마지막 단계만 남겨둔 상태”라며 “매년 10~2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전력 증강 속도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며 “3년 만에 핵탄두 보유 수가 2.5배로 늘었고 핵물질 생산능력도 많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래식 전력에서는 우리가 압도하지만, 핵무기를 전혀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포의 균형’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강력한 억제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현실적 해법이 필요하다”며 “추가 생산과 확산을 막고, ICBM 개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을 억압만으로 다룰 수는 없다. 적절한 관리와 대화의 수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핵 동결을 시작으로 조치가 진전되면 상응하는 보상을 주자는 3단계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는 실용적 외교 구상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동의 가치 위에서 탄생한 동맹”이라고 규정하면서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찾았다.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해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차원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성도 높게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 쿠데타가 발생했을 때 전 세계가 놀랐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나라로, 짧은 기간 압축적 성장을 이뤄내 모든 국민이 민주주의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이 매우 분열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아름다운 율동과 노래로 권력을 끌어내린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며 “한국 국민의 정치적, 문화적 저력은 정말로 높다”고 강조했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