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과인센티브’(SPC)를 받았던 기업과 받지 않은 기업을 비교해 보면 지원을 받은 기업이 사회 문제 해결에서 훨씬 더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국내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최승주(52·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SK그룹이 지난 10년간 사회적 기업에 지원한 SPC의 효과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최 교수는 2015년 SPC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할 때부터 자문을 맡았으며, 2018년 사회적가치연구원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이사를 맡고 있다.
최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연구팀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사회적 기업을 선발한 뒤 두 부류로 나눠 한 그룹은 전년도의 사회적 성과를 측정만 하고, 다른 한 그룹은 전년도 성과를 낸 부분에 대해 SPC 지원을 해준 뒤 이듬해 해당 기업들의 성과를 측정해왔다. 최 교수는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까지 데이터를 봤더니 SPC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지원을 받지 않은 기업보다) 한해에 약 1억2000만원에 달하는 사회적 성과를 더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단위에서 1억2000만원은 작은 금액으로 보일 수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 기업들이 매년 마이너스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결코 작지 않다는 게 최 교수 설명이다.
그는 “많은 사회적 기업들이 영세해 이윤 창출 활동만도 버거운데 ‘소셜 미션’(사회 문제)도 같이 해결하려면 더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면 성과와 관계없이 지원해주는 정부의 지원 방식도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성과에 따른 조건부 지원인 SPC가 성과를 내는 데는 훨씬 더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사회적 성과 창출과 그에 대한 인센티브에 집중하다 보면 이윤 창출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올 법하다. 최 교수는 이에 “전통적인 경제학자 관점에서 가령 (기업이) 지원을 많이 받으려고 취약계층 근로자를 많이 고용하면 그만큼 영업이익이 줄어들지 않겠냐 의구심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저희가 지난해까지 SPC 지원받은 기업들을 보니 사회 성과를 많이 내면서도 경제적 성과(실적)를 희생하지 않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회적 기업이 적절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이익을 내면서 사회적 성과를 더 창출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우리가 기업을 볼 때 기업의 경제적 이윤에 관한 회계 자료만 볼 수가 있을 뿐 기업의 사회적 성과에 대해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가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의 SPC 프로젝트처럼 정부나 시장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측정하는 방식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장에도 기업이 만들어낸 사회적 성과에 투자하거나 보상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나 소비자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