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움직인 실용외교… 안보·통상 안정화 첫걸음

입력 2025-08-26 19:02 수정 2025-08-26 21:49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발언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공개 회담과 오찬을 포함해 2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통해 정부 출범 석 달 가까이 불확실성을 가중했던 미국발 경제·통상 위기 안정화의 첫 발걸음을 뗐다. 또 국방비 증액을 먼저 제안해 한·미동맹 현대화의 큰 틀 합의를 끌어내면서 안보 불안정성도 해소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필요에 따라 언제든 후속 협상을 요구하며 압박을 서슴지 않는 만큼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 회담, 비공개 확대 회담, 업무 오찬까지 약 2시간20여분간 대면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축 역할론을 집요하게 요청했다. 정상 간 대화는 관세 협상 후속 논의 등 실무 분야보다는 한반도 평화 구축과 동맹 현대화 및 강화 방안이 주를 이뤘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화기애애했던 정상회담 끝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게 확약했고,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고만 답했다.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자 위대한 지도자’라는 문구가 담긴 서신도 직접 써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대통령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과의 대담에서 “결과는 아주 좋았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에 대해 대화하고, 양해하고, 격려받았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워싱턴DC에 마련된 프레스센터를 찾아 “한·미 경제통상 분야 안정화와 국익에 맞는 동맹의 현대화,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관세 협상을 지휘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정상 간 합의로 이전 합의(관세 협상)가 한 번 더 확인됐고, 안정화됐다”며 조문화 작업 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를 골자로 한 동맹 현대화 요구에 국방비 증액을 선제안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이 먼저 적극적으로 우리가 보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을 제시했고, 미국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국방비를 증액해 한국이 필요로 하는 미국산 첨단 무기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요구를 우회했다는 의미다.

한 고비를 넘었지만 난관은 여전하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럼프 시대의 통상·안보 협상의 뉴노멀은 끊임없는 논의(협상)”라며 “과거와 같이 하나가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된 협상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한국이 과거처럼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워싱턴=최승욱 기자,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