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이 27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특검은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기 위해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 금품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 의원에게도 억대의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이 같은 자금 등이 ‘불법 대선자금’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6일 특검에 따르면 권 의원은 2021~2024년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행사 지원 등을 요청받으면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받는다. 특검은 지난 18일 윤 전 본부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권 의원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과 통일교 관계자 등을 조사하면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한 총재가 있는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쇼핑백을 받아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 특검은 통일교가 돈을 건넨 시점이 그해 대선 직전이라는 점에서 해당 금품 등이 불법 대선자금은 아닌지 의심한다.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윤심은 정확히 무엇입니까’라며 지원할 교인 규모를 물었고, 전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이라고 답했다는 문자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권 의원이 당대표 후보 출마를 포기하자 건진법사와 함께 김기현 의원의 당대표 당선을 도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한 총재가 과거 미국에서 원정도박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수사가 무마된 배경도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이 그간 전씨 등의 도움을 받아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알려졌는데, 특검은 ‘수사에 대비하라’는 말을 윤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 권 의원이라고 의심한다. 특검은 권 의원 소환 후 한 총재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권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 측이 주장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 결백하다. 그렇기에 당당하다”고 밝혔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28일 오전 10시 재소환을 통보했다. 29일에는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재현 차민주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