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통상 등의 이슈에서 불확실성을 줄인 건 긍정적이지만 실익은 분명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요구 없이 지난달 관세 협상을 재확인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을 줄였다. 반면 철강·자동차 관세율 조정 등 한국이 기대한 경제적 실익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26일 “안보·통상·관세 문제에서 양측이 큰 이견 없이 인식을 공유한 점이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의된 기본 틀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현실적인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정상 간 신뢰 구축이 기업 간 파트너십 확대로 이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관세 합의를 존중하기로 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돼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경제적 성과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문제와 대미(對美) 투자펀드 이익 배분 방식 논란 등이 여전히 정리되지 못한 점이 대표적이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치적으로는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회담을 잘 관리했지만 경제적으로는 얻은 게 없다”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에도 불구하고 철강 관세 인하 같은 실익을 챙기지 못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정부가 원했던 것은 철강, 자동차 부분의 관세 조정이나 투자펀드를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확실한 약속이었지만 이번 회담에서 그런 합의는 없었다”며 “다만 양국이 계속 논의하기로 하고 불필요한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도록 한 점만으로도 일정한 성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후속 협의와 세부 조율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원장은 “앞으로 세부 협의 과정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줄지가 더 중요하다”며 “위험 요인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후속 협의를 통해 조속히 마무리하지 않으면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 원장도 “대미 투자펀드, 농축산물, 디지털 분야 등은 이미 지난 협상에서 실무 논의로 넘긴 사안으로 향후 실무 레벨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내 법률·제도적 제약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장 원장은 “미국이 한국 선박을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를 실행하려면 ‘미국산우선구매법’ ‘존스법’, 군함 외국건조 금지 규정 등 제약을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