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의 대부분 질문에 진술을 거부했던 김건희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명씨 말은 거짓말”이라며 직접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의 진술거부권을 해제한 명씨 발언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와 당시 창원 의창구 현역이었던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사이 오간 연락에 대한 것이었다. 명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김상민 검사의 (창원 의창구) 당선을 지원하고, 김해로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여사는 직접 “사실과 다르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2일 구속된 김 여사는 지난 18일 2차 조사 때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일부 질문에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며 구체적인 진술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는 조사 초반에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명씨가 특검에 밝힌 진술 내용을 들으면서 태도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는 특검에서 “김영선 의원과 창원 의창구 출마를 준비하던 중 김 여사가 연락이 와서 김 전 검사의 당선을 도우라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는 “김해에서 출마하라”고 했다는 게 명씨의 주장이었다. 명씨 측은 김 여사가 “김상민 검사가 조국(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고생 많이 했다.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해달라”고 말했다는 복기록도 공개했다.
김 여사는 명씨 진술 내용을 듣다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여사는 “김 전 의원이 창원 의창에서 다시 공천받을 수 없다는 건 이미 명백한 사실이었다”며 “그런데 어떻게 창원에 나간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오히려 명씨가 먼저 김해로 갈 테니 도와 달라고 했고, 김해에 간다면 경선을 하라고 원론적인 얘기를 했던 것”이라며 “명씨가 이걸 꼬아서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 관계자는 “명씨 관련 조사에서는 김 여사가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보다 직접 입장을 밝힌 부분이 더 많다”고 전했다. 김 여사 측 변호인들이 오히려 김 여사를 말리며 진술을 거부해야 한다고 조언한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여사는 “이건 방어권 행사”라며 “사실과 다른 명씨 진술을 특검에 밝혀주지 않으면 명씨가 짠 이야기대로 흘러간다”고 꿋꿋하게 진술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은 “김상민 검사를 도와주라”고 했던 김 여사 발언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는 김 전 검사가 지역을 잘 모르니 경선 참여를 전제로 도와주라는 수준이었다는 게 김 여사 측 입장이다.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김 전 검사를 돕는 대가로 장관·공기업 사장직을 제안했다는 명씨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말은 한 적 없다”고 김 여사 측은 밝혔다.
구자창 차민주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