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법인이 올해 신고한 해외 금융계좌 총액이 지난해보다 30조원가량 급증, 1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 주식 투자액이 1년 전보다 배가량 늘어난 영향이 반영됐다.
국세청은 올해 기준 해외 금융계좌 신고액이 지난해 64조9000억원보다 29조6000억원 늘어난 94조5000억원이라고 26일 밝혔다. 신고액 기준으로 2023년 186조4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국내에 거주하는 개인이나 내국 법인은 매달 말일 가운데 하루라도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5억원을 초과하면 신고 의무가 있다. 신고 기한은 매년 6월 30일이다.
올해 신고액 급증은 해외 주식 투자 증가의 영향이다. 신고된 해외 주식 총액은 48조1000억원으로 지난해(23조6000억원)보다 24조5000억원 많다. 개인보다 법인 차원의 투자 확대가 두드러진다. 올해 법인 835곳이 신고한 해외 주식 총액은 4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8조2000억원보다 23조1000억원이나 폭증했다.
신고 건수 역시 6858건으로 지난해 4957건보다 1901건 증가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해외 가상자산 가치 상승으로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가상자산 계좌를 신고한 개인은 지난해 996명에서 올해 2265명으로 1269명이나 증가했다. 개인 보유 가상자산 총액도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진짜 부자’들이 보유한 뭉칫돈을 해외 투자로 돌리는 흐름이 읽힌다. 개인의 경우 해외 금융계좌 보유액 순으로 나열할 때 상위 10%인 이들이 18조3832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 총액(26조7202억원)의 68.8%에 해당한다. 법인 역시 상위 10% 보유액이 61조6221억원으로 법인 전체 신고액(67조8000억원)의 90.9%를 차지했다.
다만 투자 국가는 개인과 법인이 차이를 보였다. 개인은 투자 총액의 67.8%를 미국에 투자한 반면 법인은 인도 투자액이 전체의 32.8%로 미국(21.7%)을 웃돌았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