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때부터 시작해 홍익대 회화과를 다니면서 20년 가까이 몰두했던 그림을 단번에 내려놓았다. 하나님의 일을 하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접 복음을 전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고집스러운 생각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누그러졌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년 2개월, 파키스탄에서 6년 4개월간 선교하며 직접 보고 느낀 마음을 화폭에 담아 세상에 알리는 작가, 최소연(44) 선교사의 이야기다. 경기도 파주의 갤러리지지향에서 최근 만난 그는 “올해 초 일기장에 ‘그림으로 선교하고 싶다’고 적은 소망을 하나씩 이루는 중”이라며 “이번 개인전이 가장 선명한 열매”라고 설명했다.
최 선교사는 교회 NGO를 통해 2003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9·11테러 발생 이후 세계 언론이 아프가니스탄을 지탄하는 뉴스를 쏟아낼 때 그의 마음에 죄 없는 현지인들이 들어오면서다. 지금껏 해온 미술을 포기하고 낯선 땅으로 향했다. 수도 카불의 한 문화센터에서 그에게 맡겨진 일은 현지의 청소년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미술교사로 아이들을 마음을 어루만졌지만 교실 밖 아이들이 처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는 때때로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선교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외엔 캔버스 앞에 서지 않았다. 결혼해 선교사인 남편과 함께 2014년 떠난 파키스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제 마음속엔 늘 ‘내가 복음을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한국에 머물면서 그는 다시 붓을 잡았다. 최 선교사는 “집에서 가까운 일산은혜교회에 나가면서 ‘그림 그리는 것은 한가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며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나님의 영역”이라는 이광하 목사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라고 했다. 이날 함께 만난 강경희 갤러리지지향 대표는 “보편적 언어로 복음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강력한 선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 선교사는 이 교회의 집사인 강 대표와 함께 다음 달 6일까지 전시를 연다.
성경번역선교회(GBT·이사장 양승헌)에 소속된 최 선교사는 GBT 격월간지에 은퇴 선교사의 젊은 시절을 초상화로 그리는 일을 하고 있다. 오는 11월 예정된 GBT 40주년 기념 전시도 기획 중이다. 경기도 김포의 다문화센터에서 미얀마 몽골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일도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그의 그림엔 선교지에서 만난 아이와 여성들이 서 있다. 비참한 사연 속에서도 모두 해맑게 웃고 있다. 선교단체의 공용 카메라에 있던 사진을 1년 전 받으면서 그때의 모습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최 선교사는 “우리는 모두 삶으로 성경을 번역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며 “붓으로 세상의 이웃을 그리며, 그림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주=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