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상대로 쓴 ‘전사(Warrior)’ 호칭은 타국 정상에게 좀처럼 쓰지 않았던 호칭이다. 외교적 수사에서 잘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수사는 이 대통령의 적극적 협상 방식에 대한 호감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비공개로 진행된 확대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사다”는 표현을 쓰며 친밀감을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례적인 발언이다. 타국 정상을 전사에 비유한 건 지난 5월 아부다비에서 만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에게 ‘훌륭한 전사(great warrior)’라고 언급한 것 정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 비슷한 정치적 궤를 걸어온 것에 대한 동질감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정치사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다”며 “사법 수사, 암살 위협 등 어려움을 이겨내고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는 공통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내내 이 대통령이 보여준 제스처도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누면서 살짝 몸을 기울인다거나 손동작을 활용해 설명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음으로써 친근함을 어필하고 분위기를 풀어냈다는 호평이 있었다.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에 대해 ‘매우 좋은 사람(very good guy)’이라고 언급했다. 정통 외교적 관점에서 보면 다른 국가의 정상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파격적이다. 이 역시 형식 파괴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면모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 정상을 지칭하며 ‘가이(guy)’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훌륭한 사람(great guy)’, ‘영리한 사람(smart guy)’이라고 지칭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영리한 사람(smart guy)’, ‘강한 사람(tough guy)’이라고 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