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도 우려한 교회 압수수색… 특검은 절제해야

입력 2025-08-27 01:10
EPA연합뉴스

특검의 여의도순복음교회 압수수색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것은 민망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기자들에게 “교회와 미군 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사실이라면 매우 나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오산 공군기지의 한국 공군 시설이 수사대상이었다”는 설명을 들은 뒤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대답했으나 “교회 압수수색은 한국답지 않은 일”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교회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특검이 지난달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의 당회장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문제삼은 것은 분명하다. 특검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사지 않도록 절제된 수사를 하기 바란다.

특검 수사는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전 SNS를 통해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같이 보인다”는 갑작스러운 메시지를 내면서 우리 정부 측을 긴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교회와 미군 기지의 압수수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서 특검 수사가 정상회담의 돌발 악재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내정 간섭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기독교 신앙을 내세워 건국된 미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행동이다. 특히 그는 지난해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정도로 신앙을 강조하고 있다.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이 목사에게 “아버지 트럼프를 위해 기도해줘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가족은 교회 압수수색을 신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해명 이후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돼 다행이지만 특검 수사가 정상 외교의 걸림돌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