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로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숱한 부침을 겪으면서도 국내 영화계 최대 축제이자 아시아 주요 영화제로 굳건히 자리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는 역대 가장 다채로운 작품과 프로그램으로 꾸려 축하의 장을 연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7일 개막해 열흘간 진행되는 올해 영화제의 개요를 설명했다. 공식 초청작은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등을 합하면 전체 상영 영화는 328편이다.
개막작으로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된다. 이 영화의 주연 배우 이병헌이 개막식 단독 사회를 맡는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한국영화의 위기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도화선이 될 작품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라고 개막작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 한국영화공로상은 정지영 감독, 지난해 신설된 여성 영화인을 대상으로 하는 까멜리아상은 실비아 창 감독에게 각각 돌아갔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경쟁 부문 신설이다.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경쟁 부문에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수상작과 수상자는 폐막식에서 공개되며 주요 영화인들이 시상한다.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특별전을 계기로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 감독이 생애 처음 아시아 지역 영화제를 찾고, 세계적인 배우 줄리엣 비노쉬도 15년 만에 부산을 방문한다. 봉준호·매기 강 감독, 배우 강동원, 소설가 은희경, 언론인 손석희는 각자 추천작을 소개하고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에 나선다. 김세인 김초희 윤가은 등 신예 여성 감독들이 영감받은 작품을 소개하고 이를 연출한 선배 감독과 대담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된다.
영화계 거장들이 총출동한다. 지아장커, 두기봉, 차이밍량, 마르지예 메쉬키니, 이창동, 박찬욱 감독 등이 대표작 상영 및 GV를 진행한다. 션 베이커, 마이클 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등도 영화제를 찾는다. 일본의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와 홍콩의 양가휘, 대만의 이강생, 서기, 계륜미 등 아시아 유명 배우들도 자리를 빛낸다.
거장의 최신작을 만나는 아이콘 섹션의 작품은 지난해 17편에서 올해 33편으로 늘어 역대 최다 초청됐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화제작을 소개하는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는 김병우 감독의 ‘대홍수’, 라희찬 감독의 ‘보스’, 하정우 감독의 ‘윗집 사람들’, 정우·오성호 감독의 ‘짱구’가 월드 프리미어로, 이환 감독의 ‘프로젝트 Y’는 아시아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국내 독립영화계 신진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 온 비전 섹션은 올해부터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한국 12편, 아시아 11편을 선보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관객을 아우르는 특별 이벤트도 있다. 세계적 흥행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회를 국내 최초로 진행한다. 정 위원장은 “기념비적이면서도 역대 최고, 최다를 기록하는 이번 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