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5> 느헤미야

입력 2025-08-26 03:08

수산궁의 달빛은 비수처럼 폐부를 찔렀다
왕궁의 기름진 산해진미도
아닥사스다왕이 권하는 금잔의 포도주 향기도
텅 빈 가슴을 채워주지 못했다
군왕 앞에서 슬픈 기색을 보이며
예루살렘의 재건을 간청하였던
고국을 향한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리아
마침내 유다 총독이 돼
성벽을 재건하고 율법을 낭독하며
파피루스 위에 쏟았던 푸른 눈물
성을 쌓으려면 먼저 돌을 옮겨야 한다
아니, 자신이 먼저 하나의 돌이 돼야 한다
밤하늘에 뜬 별이 돼야 한다.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느헤미야는 그야말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성공 사례다. 아닥사스다 왕에게 '예루살렘 재건'의 허락을 받아내는 느헤미야의 지혜는 지금도 보석처럼 빛난다. 술 맡은 관원이었던 그는 예루살렘 성이 허물어지고 성문들은 불탔다는 소식을 듣고 수일 동안 슬퍼하다가 금식하고 기도한 후에 점령자인 왕 앞에 나간다. 그는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시면"이라고 왕의 선택권을 높이면서 조상들의 묘실이 있는 성읍 건축이라는 만민 공통의 의무를 다하게 해달라고 한다. 더욱이 현지 삼림 감독 아삽에게 조서를 내려달라는 사전 조사와 준비까지 한다. 결국 이 지혜로운 처신은 자기 민족의 숙원을 감당한다. 시인은 이를 "고국을 향한 슬프도록 아름다운 아리아"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느헤미야를 두고 '성을 쌓을 돌'이자 '밤하늘에 뜬 별'이었다고 은유한다. 이 시에서 이러한 지혜를 배워간다면 우리는 마침내 따라 배운 자의 성공을 목격할 것이다.

-해설: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