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마저 국회 문턱을 넘자 경영계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한·미 정상회담 측면 지원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사이 재계가 반발해온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이 하루 간격으로 모두 처리된 것이다. 정부와 ‘원팀’으로 대미 투자 협력을 논의해 온 재계는 잇단 ‘기업 압박’ 법안 통과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상법 개정안 통과 직후 공동성명을 내고 “지난달 1차 상법 개정 후 불과 한 달 만에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국회는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현행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넓히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한 1차 상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계는 2차 상법 개정이 소수 지분을 가진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에 유리하게 작용해 기업 경영권이 크게 위협받을 거라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재계 총수들의 역할을 인정하고, 이재명 대통령도 기업 친화 메시지를 낸 것과 달리 여당의 입법 기조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원팀 코리아’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은 경제단체들이 국회 본관 앞에서 노란봉투법 수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결의대회를 연 날이기도 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선진국 수준으로 맞춰가야 할 부분도 있다”면서도 “배임죄 같은 부분에 있어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르게 맞춰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요구하면서 국회에서는 경영권을 제약하는 법안이 쏟아지니 어느 기조를 맞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