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KGM)가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부상한 하이브리드차 흐름에 올라탔다.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와 라인업 확대로 내수 판매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중견 자동차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GM만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무하다.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치솟은 상황에서 한국GM의 늑장 전환이 내수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전략 실패가 최근 불거진 철수설의 근본적인 이유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올해 들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급증하며 내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 판매량 3029대 가운데 85%가 넘는 2599대가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소형 SUV 아르카나 역시 판매량 511대 중 99대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가 르노코리아의 내수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KGM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한 달 만에 1060대가 팔리며 내수 실적을 끌어올렸다. 가격 경쟁력과 도심형 SUV에 적합한 주행 성능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의 장점인 연비 효율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평가다. 덕분에 KGM의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4456대로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GM은 하이브리드 모델 부재가 내수 부진으로 직결됐다. 지난달 내수 판매량은 1226대에 불과했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001대를 차지해 차종 편중도 심했다. 국내 생산 모델은 창원공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부평공장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전부다. 과거 부평공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생산하려던 ‘9B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에서 하이브리드 선택지가 전혀 없는 상황이 결국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본사의 더딘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을 2027년에야 선보일 계획이다. 경쟁사가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이런 늑장 대응은 한국GM의 내수 부진과 맞물려 철수설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부평공장부터 매각한 뒤 창원공장만 남기거나 아니면 끝내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